“산업화·정보화 이어 AI 고속도로 구축”
이 대통령, 국회서 두번째 시정연설
“AI시대 여는 첫 예산안” 협조 당부
‘보이콧’ 국민의힘, 검은마스크 시위
이재명 대통령은 4일 2026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지난 6월 이후 두번째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에 불참하며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시정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3분기 경제성장률 1.2% 반등, 주가지수 4000 돌파 등 긍정적인 지표를 제시하며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급상황을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안주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면서 “겪어보지 못한 국제무역 통상질서의 재편과 AI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전환해 왔던 것처럼 AI사회로의 전환은 필연”이라면서 “AI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쳐진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R&D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다”면서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2026년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했다”면서 “AI 시대, 미래 성장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에서 AI 투자를 대폭 증대한 점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면서 “올해 예산 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 중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7조5000억원이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
그 외에도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약 6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 1000명 양성,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GPU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면서 “엔비디아에서 GPU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불필요한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며 “정부 예산은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고, 그 세금에 국민 한 분 한 분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만큼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국회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해 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야당탄압이고 정치보복”이라며 보이콧 배경을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로텐더홀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이 국회 본청 건물에 들어오자 “범죄자 왔다” “꺼져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