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 사회적 대화 ‘답정너’ 우려

2025-11-07 13:00:02 게재

사법개혁·정년연장·새벽배송 공론화 시동

“속도보다 주체·참여자·절차 공정성 중요”

이재명정부 임기 첫해,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공론화’가 시험대에 올랐다. 사법개혁과 정년연장, 새벽택배의 공론화와 사회적 대화를 민주당이 이끌고 가면서 ‘숙의’와 ‘합의’ 정신을 제대로 반영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사법개혁과 정년연장 등의 방향성을 정해놓고 공론화에 들어가 사실상 ‘형식적 공론화’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새벽택배’ 논란에 대해서도 충분한 숙고와 합의 원칙이 발휘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상임위나 본회의장에서와 같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답을 정해놓고 공론화 형식을 취하는 ‘답정너’나 ‘속도전’를 펼치게 되면 공론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21대 대선 기간 중 ‘국민주권시대’를 언급하면서 사회적 갈등 현안에 대해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대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7일 충북 청주시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충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민주당 사법행정 정상화TF팀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사법행정 정상화와 관련해 현재 10개 이상의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의 의견을 취합하고 법안이 정리되면 공청회나 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공론화를 할 생각”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사법행정 정상화에 대해 시민단체, 법원, 변협 등 관련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의견수렴 내용을 언론과 공유하면서 공론화를 하는 것”이라며 “올해 안에는 사법개혁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법 왜곡죄 도입 등 7개 사법개혁 의제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법원행정처 폐지 등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까지 전선을 넓혔고 이에 대한 ‘공론화 추진’을 공식화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사법개혁안에 대한) 법사위 공청회 등을 중심으로 국민과 야당, 법원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게 될 것이고 정책 의원총회에서 당내 공론화 시간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 당사자의 법무부의 반발이 거센데다 법조인들의 의견도 크게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속도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사실상 검찰 폐지가 확정된 상황에서 국민의 공감대가 확인되지 않은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통령실도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며 관계기관들의 의견, 국민의 편익이나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은 또 ‘정년연장’도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은 지난달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 연장 특별위원회’를 만들었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반드시 조기에 진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연말까지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정년 연장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연일 노동계와 만나며 ‘정년 65세 연장’을 공식화했다. ‘답’을 정해놓고 ‘어떻게’라는 방법만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자측의 비용부담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찾기에 허덕이는 2030세대의 반발, 비정규직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도 고려해야 하는 등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숙고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사회적 대화는 속도가 아닌 내용과 절차,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연말까지 시한을 정해놓고 공론화나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답정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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