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항선원 비과세 확대는 ‘공정의 회복’
해운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현재 외항선원에 대한 근로소득 비과세는 월 500만원까지인데 내항선원은 승선수당 20만원만 비과세다. 무려 25배 차이다.
내항선원은 국내 항구사이를 항해하는 선박에 승선한다. 외항선원은 국내와 국외 항구사이를 항해하는 선박에 승선한다. 선박은 바다 위를 항해하므로 해상고유의 위험을 가진다. 이 점에서 육지의 교통수단과 다르다. 같은 바다, 같은 위험, 같은 노동이지만 조세제도는 완전히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지향국가이므로 외항상선은 수출과 관련돼 보호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노동강도를 보면 내항선원이 훨씬 고강도의 일을 한다. 외항상선은 부산에서 미국 LA까지 갈 때 20일이 걸린다면 한번의 출항이 큰 일이다. 내항선은 매일매일 출항을 하고 위험성이 높은 연안항해를 해야하므로 노동강도가 더 높다.
그럼에도 엇박자가 나는 이런 문제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국가의 무관심을 드러낸다. 임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공정한 대우’다. 불합리한 세제는 단순히 실수령액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이 직업에는 미래가 없다” 는 인식을 고착시킨다.
조세법은 누구의 노동을 더 존중하고, 어떤 산업을 보호할 것인가를 숫자로 보여준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내항해운의 해상노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를 묻는 문제다.
내항해운의 위기는 조세 불균형이 그 불씨가 됐다. 현재 내항선원의 60%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자다. 청년들은 바다를 떠났고 항로는 단축되거나 중단되고 있다. 인력난은 심화되고, 이는 곧 산업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유사한 예가 있다. 원양어선 선장은 고액 연봉을 받는다. 좁은 공간의 선박과 열악한 조업환경에서 1년을 귀국하지않고 바다에서 버텨야한다. 그리고 해외에서 번 돈이다. 그런 그들에게 변호사 등 고액연봉자와 같은 제도로 세금을 부과한다. 세금혜택이 많은 대만 등지로 떠난 선장기관장 100여명이 해당국가의 원양어선에 근무중이다. 200여척으로 구성되는 우리나라 원양어선의 운항에 큰 타격이 왔다.
내항선원은 단순한 근로자가 아니다. 그들은 전국 480여 유인도서를 연결하는 해상 네트워크의 마지막 연결점이며, 전시에는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국가동원자원이다. 그들은 바다의 일상과 국가의 안보를 지탱하는 공공노동자다.
월 300만원 수준으로 비과세 상향은 신규 인력 유입을 촉진하고, 고령화로 인한 안전 리스크를 완화하며,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장기적 투자다. 이것이 바로 젊은 선원이 다시 바다로 돌아올 수 있는 신뢰의 회복이다.
그 신뢰의 출발점이 바로 공정한 세제 개편이다. 청년이 돌아와야 대한민국의 내항해운이 지속된다.
이미 여·야 모두 제21대 대선에서 ‘선원소득 비과세 범위 확대’를 약속했다. 이제 국회가 답해야 한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법은 신뢰를 잃고 국가는 정의를 잃는다.
선원이 없으면 배는 움직일 수 없다. 배가 멈추면 섬은 고립되고, 대한민국의 내항을 가르는 바닷길은 닫힐 수 밖에 없다. 내항선원 비과세 소득 확대를 위한 공정한 제도와 정의로운 법이 복원될 때, 비로소 내항의 바다는 다시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활기찬 미래를 실어 나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