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후 경찰 수사 곳곳서 허점

2025-11-11 13:00:18 게재

감사원 감사결과, 사건 처리기간 늘어 … 보완·재수사 관리도 부실

권한 분산 자치경찰제 ‘유명무실’ … 경찰망서 개인정보 사적 조회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보완·재수사 사건의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권 분산과 지역 치안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며 도입한 자치경찰제의 효과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감사원이 10일 공개한 경찰청, 서울·부산경찰청 정기감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경찰이 입건한 사건의 처리 기간은 2020년 59.7일에서 지난해 63.9일로 4.2일 증가했다. 접수된 모든 사건을 1차 종결할 때까지 소요되는 일수도 55.6일(2020년)에서 56.2일(2024년)로 늘었다.

이는 사건 접수부터 1차 종결(송치·불송치 등)까지만 해당한 수치다. 현재 경찰은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재수사를 요청한 사건을 포함한 ‘전체 수사 기간’은 통계로 관리하지 않고 있어 수사의 신속성과 완결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경찰청은 보완·재수사 기간이 포함된 실질적인 수사 기간을 추출·관리하거나 요구·요청의 사유를 유형화하고 구체적 사례를 분석해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체 수사 기간에 대한 분석 자체가 불가하고 요구·요청으로 인한 수사 처리 현황 파악도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별도 통계치를 기반으로 보완·재수사 사건의 처리 기간을 가늠한 결과 지난해 기준 140.9일로 추정된다며 “수사의 신속성 및 완결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또 서울·부산경찰청이 경찰 종결 사건을 자체 점검한 후 강력범죄 13건을 재조사 지시했으나 그중 4건이 재조사 없이 방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력부족 현상도 확인됐다. 수사권 조정 전후 경찰 접수사건은 28.6%, 보완수사요구·재수사요청은 18.1% 증가했다. 반면 수사 인력은 8.8% 증원되는 데 그치면서 곳곳에서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감사원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도입된 자치경찰제가 경찰권 분산, 지역 치안 서비스 제공 등 당초 목적에 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가 별도의 조직과 예산 없이 운영되면서 실질적인 권한 행사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됐지만 현장에선 경찰청 중심의 일원적 지휘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자경위 위원의 40%가 경찰 출신이다. 사무국 인력 상당수도 경찰청에서 파견된 상태다. 감사원은 “경찰청이 여전히 자치경찰사무를 직접 지휘하는 구조로 제도의 근본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감사원은 경찰 내부망을 활용해 남의 신원을 사적 조회한 경찰관 92명을 적발했다. 교통 단속 및 과태료 정보의 경우 80명이 2995건을 사적으로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들은 내부망을 통해 전 국민의 이름과 주민번호·범죄경력·수배이력·차적(차량번호, 차량등록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다. 내밀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일인 만큼 공무상 목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경찰관이 마음만 먹으면 내부망을 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감사에서 경찰관이 구속된 지인의 부탁으로 남의 수사정보를 검색해주거나, 고소인이 고소 철회한 적이 없는데도 마치 철회 요청이 있었던 것처럼 전산상에 허위 기재하는 일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경찰 내부망이 공무 목적으로만 쓰이도록 사적 활용 방지책을 마련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경찰청에 통보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경찰의 스토킹 피해자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추가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드러났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스토킹 관련 112신고 385건이 ‘상담 문의’ 등으로 잘못 분류돼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4건에서 실제 2차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피해자가 요청한 시간·장소에 맞춘 순찰이 이행되지 않아 추가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감사원은 경찰청에 스토킹 관련 키워드 자동 검색 기능을 도입하고, 피해자 맞춤형 순찰의 실효성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이 밖에도 일부 경찰관이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거나 휴직을 목적 외로 사용하는 등 복무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최근 4년간(2021~2024년) 경찰청 소속으로 로스쿨 진학한 324명 가운데 8명을 표본으로 선정해(재학기간, 통학거리 등 기준) 조사한 결과 전원이 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에 로스쿨을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현직 경찰공무원 155명(170명은 퇴직)에 대해 복무점검을 실시해 징계 등 적정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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