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칼럼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 공급 어떻게

2025-11-12 13:00:00 게재

영국의 언론사인 토터스 미디어(Tortoise Media)는 매년 글로벌 인공지능(AI)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1위로 점수가 100일 때 중국이 2위로 53.88이다. 3위 그룹은 싱가포르 32.33, 영국 29.85, 프랑스 28.09, 한국 27.26, 독일 26.65, 캐나다 26.39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를 차지해 양호한 편이지만 미국 및 중국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경제가 성장해야 소득 및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데 AI는 2가지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을 유발한다. 첫째, AI는 생산성을 증가시킨다. 예를 들어 AI를 도입한 콜센터의 생산성은 35% 향상될 수 있다. 둘째, AI는 제품 혁신을 일으키고 소비자들은 혁신 제품에 대한 소비를 늘린다. 한 연구에 따르면 AI로 인해 국내총생산이 최대 14% 증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AI는 저숙련 노동자의 성과를 더 큰 폭으로 개선시켜 불평등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는 화면 안에 머물고 있는 AI가 현실로 뛰쳐나와 로봇처럼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진화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주행차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 및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은 AI 학습과 데이터 처리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는 GPU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존 GPU 대비 3배의 AI 학습 성능 및 15배의 추론 성능을 갖춘 최신 GPU 블랙웰(Blackwell) 26만장을 우리나라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블랙웰 운용, 원전1기 수준 전력 사용

정부 및 각 기업은 그 GPU를 어떻게 활용할지 전략을 수립 중이다. 이때 우리는 블랙웰 GPU의 전력 소비량이 기존 GPU 대비 약 2배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블랙웰 GPU 26만장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 1기 수준의 전기가 새롭게 공급되어야 한다. AI는 명실공히 전기 먹는 하마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가 입지하고자 하는 수도권에서는 전기 공급에 여유가 없어서 데이터센터 건설이 불허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 6월 이후 인천에 신청되었던 데이터센터 24곳이 신청한 전력량은 원전 1기 분량이었는데 모두 불허됐다. 잘못하면 GPU를 확보해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건립이 어려울 수 있다.

빅테크기업 아마존은 작년 미국 에너지규제위원회에 펜실베니아주 서스퀘하나 원전의 전기를 데이터센터로 추가로 공급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하지만 이는 불허되었다. 여기에 전기를 공급하면 인근 도시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에너지 부유 국가인 미국조차도 AI 데이터센터 전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1979년 사고 발생으로 가동을 멈췄던 스리마일 섬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해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 20년간 전기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남부의 4개 주(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는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2040년까지 최소 40개의 천연가스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 및 일본도 천연가스 발전소를 대거 새로 지어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은 올해 2월에 확정된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그동안 중지했던 원전의 재가동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한편 중국은 200개가 넘는 석탄발전소를 새로 지어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요컨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의 공급을 위해 세계 각국은 원전의 재가동, 신규 천연가스 또는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전기가 사용되어야 하겠지만 24시간 항온 항습이 필요한 AI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하루 중 일부 시간에만 전기 생산이 가능한 재생에너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가동중인 석탄발전소를 2040년까지 퇴출시키겠다고 우리 정부가 선언했으니 중국처럼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노후 원전 수명연장 등 공론화 필요

그러면 과연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사례를 보면 답은 명확해 보인다. 설계수명 종료로 현재 가동을 멈췄거나 멈출 노후 원전에 대해 안전확보를 전제로 수명연장을 통한 계속운전을 해야 한다. 아울러 수명연장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원자력 및 천연가스 발전은 24시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탄소 혹은 저탄소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AI 강국으로 도약하느냐 못하느냐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그 도약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노후 원전 수명연장 및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에 주저한다면 그 도약은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현명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미래에너지융합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