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연구진, 차세대 공기정화 필터 선보여
원승현 교수 연구팀, 빛만으로 장기간 항균 유지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원승현 교수 연구팀이 실내조명 수준의 빛만으로 스스로 재생되어 장기간 항균력을 유지하는 차세대 공기정화 필터를 개발했다.
16일 고려대에 따르면 기존 고성능 공기입자 제거 필터(HEPA 필터)는 공기 중 미생물을 물리적으로 걸러내지만, 일부 미생물이 필터 내부에 남거나 다시 공기 중으로 퍼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환기시설이나 냉방장치 관리가 미흡한 환경에서는 이러한 현상으로 공기 감염이 발생한 사례도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리 나노입자를 이산화티타늄 나노튜브 메쉬(TiO₂ Nanotube Mesh, mTNT)에 균일하게 결합한 항균 필터를 제작했다. 나노튜브 구조는 넓은 표면을 제공해 미생물과의 접촉 효율을 높였으며, 균일하게 결합된 구리 입자는 높은 항균·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냈다.
해당 필터는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를 신속하게 비활성화시켰다.
일반적인 구리 기반 물질은 시간이 지날수록 항균 효과가 감소하지만, 연구팀은 구리 입자를 이산화티타늄 표면에 화학적으로 결합시켜 계면 전하 이동이 실내 빛에서도 활성화되도록 설계했다. 이 현상은 구리와 이산화티타늄 사이에서 전자가 이동해 구리의 항균 활성 상태를 스스로 회복시키는 원리로, 빛이 닿을 때마다 항균 기능이 재생되는 자가회복형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다.
개발된 필터를 상용 공기청정기에 적용한 결과, 실내 공기 중 미생물을 빠르게 제거했으며 10회 이상 재생 후에도 항균 효과를 유지했다. 또 6개월 이상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고, 실제 시험에서도 기존 HEPA 필터와 달리 완전한 살균 효과를 입증했다.
원승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공기 여과를 넘어, 빛으로 스스로 항균 기능을 회복하는 자가재생형 필터 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병원·연구실·공공시설 등에서 공기 중 감염병 확산을 줄이는 핵심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알키미스트프로젝트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연구 성과는 환경과학기술 분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온라인에 표지논문으로 지난 8월 20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