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회계사 선발 인원 이번 주 결정…회계업계, 정원 축소 요구 거세

2025-11-18 13:00:03 게재

경기침체 영향 회계사 채용 수요 감소

올해 1200명 뽑았지만 미취업자 속출

새정부 출범 후 첫 결정, 금융당국 고심

내년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예정인원이 이번 주 결정된다. 취업을 못한 회계사들이 늘면서 선발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회계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공인회계사 자격·징계위원회(위원장,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를 열고 2026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예정인원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위원회가 의결한 2025년 최소선발예정인원은 1200명이고 실제 올해 1200명이 회계사시험에 합격했다.

최소선발예정인원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100명을 유지했다. 하지만 실제 선발 인원은 2020년 1110명, 2021년 1172명, 2022년 1237명으로 3년 연속 최소선발예정인원 보다 많은 합격자가 나왔다. 회계개혁으로 기업에 대한 외부감사가 대폭 강화되면서 회계사 인력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감사원이 ‘공인회계사 선발시험’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소선발예정인원과 관련해 “일반기업·공공기관 등 비회계법인에 대한 수요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라”고 금융당국에 통보했고 인원은 더 늘었다.

금융위는 2024년 최소선발예정인원을 1250명으로 늘렸고 실제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도 1250명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때부터 미취업 회계사들이 늘기 시작했다. 대형회계법인인 빅4가 채용 인원을 줄였고 다른 회계법인들도 신입 회계사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업계 상황을 고려해 2025년 최소선발인원을 1200명으로 전년 대비 50명 줄였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인원을 축소한 것이다. 하지만 축소 규모를 최소한으로 조정하면서 회계사들의 취업난은 더 심해졌다.

이달 12일 기준 회계업계에서 추산한 미취업 등으로 수습기관을 배정 받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는 592명에 달한다. 올해 합격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청년 회계사 600여명은 이달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회계사 선발 인원 축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공인회계사 선발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지난해 금융위는 최소선발예정인원 결정과 관련해 “비회계법인의 회계사 채용 수요, 수험생 예측가능성, 2024년도 미지정 회계사 증가에 따른 수급부담, 회계인력 이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비회계법인의 회계사 채용 수요는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금융유관기관, 상장회사, 금융회사 등에 대한 수요조사 실시 등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올해도 회계법인과 비회계법인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회계법인에서 채용한 회계사는 인턴 등을 포함해 약 1000명 가량 된다. 회계법인들의 내년도 회계사 채용 전망은 올해 보다 인원이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도 최소선발예정인원을 올해와 같은 수준인 1200명으로 유지할 경우 미취업 회계사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회계사들을 중심으로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지난달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2일 시위에서 청년공인회계사회는 “내년도 선발 인원을 결정할 때는 현재 미지정 인원 592명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졸업을 유예한 인원까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공인회계사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 상황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향후 제2의 대형 회계부정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최소선발예정인원을 1000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9년 수준으로 선발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사 출신의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좋으면 회계법인의 감사 부문 회계사들이 기업 인수·합병(M&A), 투자, 구조조정, 가치평가 등의 딜(Deal, 거래) 파트로 이동하고 새로운 감사 인력 수요가 생기는데, 지금은 경기침체로 정체돼 있다”며 “퇴사도 안하는 분위기라서 회계법인들의 인력 수급 상황이 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 같은 회계업계 현황을 금융당국에 전달하면서 최소선발예정인원 축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재계에서는 예전부터 회계사 선발 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손쉽게 회계사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인력풀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수요조사에서도 기업들의 회계사 채용 전망이 반영된다.

하지만 기업들의 회계사 수요는 실제와 다를 수 있다.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지원자에 대해 가점을 주고 있을 뿐 반드시 회계사를 뽑겠다는 것은 아니다. 금융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수요조사에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감사원의 조치 사항도 다시 검토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계사 선발 인원을 정하는 것이라서 금융당국이 인원 축소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 회계사 선발 인원을 크게 줄인다는 게 정부 차원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발 인원과 관련해 정해진 게 전혀 없다”며 “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징계위원회에는 금융위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 3급 이상 공무원, 금감원 회계전문가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지명하는 자와 한국회계기준원·상장회사협의회·대한상공회의소 추천자 각 1인, 회계·감사전문가 3인 등 위촉직 위원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를 벌인 후 최소선발예정인원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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