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금 공판검사에게 요구되는 것들
“재판에 들어가는 검사가 더 필요하지만 요즘 검찰 사정이 어려워 사람이 부족하다.” 한 공판 검사의 하소연이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후폭풍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재판정에 들어가는 공판부 상황도 녹록치 않다.
재판에서 조서의 신빙성이 자동으로 인정되던 시대는 지났다. 진술자가 직접 동일한 내용으로 말하지 않으면 과거 진술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직접심리 강화로 증인 수십명이 법정에서 진술하는 모습이 일반화됐다. 디지털 증거도 폭증했다. 이런 때 법정에서의 검찰 역량은 과거보다 중요해졌다. 그런데 기자는 여러 재판을 취재하면서 공판검사 인력과 역량이 약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억대 뇌물 혐의로 기소된 현대오토에버 전 대표 등에 대한 지난 12일 결심 공판은 이런 분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피고인측 변호인은 6명인데 검사는 단 1명뿐이었다. 피고인들은 “강압 분위기에서 진술했다” “위법수집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판검사는 “수사과정은 알지 못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검사 1명이 방대한 기록과 수사 경위를 충분히 파악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17일 우리은행 불법 외환 사건 재판에서도 변호인은 4명이었지만 검사는 1명뿐이었다. 여러명의 고액 수임 변호인들에 공판 검사 1~2명이 맞서는 모습이 일반화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직무대리 검사 복귀’ 지시로 수사 검사의 재판 참여가 배제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자칫 피고인측 변호인과 검찰 사이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증인이 30~100명 등장하는 경제·부패 사건에서 진술 충돌을 분석하고 대비하지 못하면 공소 유지가 흔들릴 수 있다. 준비부족은 재판지연으로 이어지고 흐름은 피고인측이 주도하게 된다.
준비된 공판의 중요성은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 재판에서 확인된다. 피고인들이 변명을 쏟아내다 물증과 영상이 제시되자 당황하는 장면은 공판 대응력이 실체적 진실로 가는 통로임을 보여준다.
내년 9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라는 법정 기관에 가까운 역할을 맡게 된다. 기소하지 않은 책임, 부실기소의 책임이 모두 검찰에 집중되게 된다. 이때 공판 역량 격차는 더 큰 파장을 낳게 된다.
검찰 공판부의 전문화와 수사기록 공유 시스템 확충, 공판 기술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공판검사가 행정업무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구조를 조정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
검찰의 영문표기 Prosecution Service는 형사소추를 담당하는 기관을 뜻한다. 앞으로 검찰에 필요한 것은 공판에서 사건의 실체를 입증할 능력이다. 공소가 유지되는 힘, 그 역량을 강화하는 제도개편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