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전력없이 온도 조정 가능한 인공소재 개발

2025-11-23 05:29:46 게재

서울대 연구팀과 공동 연구 … 차세대 ‘에너지 자율형 열관기 기술’로 확장 기대

국내 연구진이 덥고 건조할 때 잎을 말아 뒷면을 드러내 태양빛을 반사하고, 밤에는 잎 표면에 맺힌 수분이 방출하는 열(잠열)로 냉해를 막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갖고 있는 포플러(Populus alba) 잎의 열관리 전략을 모사한 인공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건축 외벽·지붕·임시 보호소 등에서 전력 없이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열관리 기술에 적용 가능성이 높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전기및전자공학부 송영민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 김대형 교수팀과 공동으로, 포플러의 자연 열조절 방식을 모사한 ‘유연 하이드로겔 기반 열조절기(LRT, Latent-Radiative Thermostat)’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LRT는 자연을 모사하고 스스로 냉·난방 전환하는 열조절 장치다. 이는 수분의 증발·응축에 따른 잠열 조절과 빛 반사·투과를 이용한 복사열 조절을 하나의 장치에서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열관리 기술이다.

핵심 소재는 리튬 이온(Li⁺)과 하이드록시프로필 셀룰로오스(HPC)를 PAAm 하이드로겔에 결합한 구조다. Li⁺는 주변의 수분을 흡수·응축해 잠열을 조절함으로써 따뜻함을 유지하고, HPC는 온도 변화에 따라 투명·불투명하게 변하며 태양빛의 반사·흡수를 조절해 냉각과 난방 모드를 전환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LRT는 여름에는 더 시원하게, 겨울에는 더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Li⁺와 HPC의 농도를 조절해 다양한 기후 조건에 맞게 열조절 특성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TiO₂ 나노입자를 추가해 소재의 내구성과 기계적 강도도 크게 향상시켰다.

실외 실험 결과, LRT는 기존 냉각 소재보다 여름에는 최대 3.7°C 더 낮고, 겨울에는 최대 3.5°C 더 높은 온도를 유지했다. 또 7개 기후대(ASHRAE 기준)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서는 기존 지붕 코팅보다 연간 최대 153 MJ/m²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자연계의 고도화된 열관리 기능을 공학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건축 외벽·지붕, 재난 임시시설, 야외 저장소 등 전력 기반 냉난방이 어려운 환경에서 활용될 차세대 열관리 플랫폼으로 기대된다.

송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연의 지능형 열조절 전략을 공학적으로 재현한 기술로, 계절과 기후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는 열관리 장치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한 지능형 열관리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김형래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 송영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11월 4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과학기술원 InnoCORE 사업, 중견연구사업,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미래의료혁신대응기술개발사업, 해외우수연구기관협력허브구축사업,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이 지원하는 바이오산업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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