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국감에 이어 금융지주 회장 인선 또 경고

2025-12-02 13:00:01 게재

“다들 연임 욕구 많아, 이사회 자기 사람으로 구성”

“금융지주 지배구조TF 구성, 투명성 있게 관리”

환율 관련 국민연금 책임 언급, 사회적 역할 강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에 이어 또 다시 금융지주사 회장 인선과 관련해 경고하고 나섰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을 위해 이사회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구성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본격적인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당국이 인선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이 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주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그런 조직인데, 이사회 구성이 균형 있게 돼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 많은 분들의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그 부분이 왜 그럴까 보니 (현 회장이) 연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 거 같더라”며 “욕구가 너무 과도하게 작동되는 문제, 거버넌스에 관한 건전성이 염려되는 부분들을 (지주사에)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관치 논란을 의식해 “특정회사에 관한 경영에 관한 개입은 전혀 아니다. 그 부분에 관해서 주주들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지배구조 관련 TF를 출범해 논의해 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정리될지는 모르겠지만, 특정 경영인이 자기 자신들의 연임을 위해서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고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사람들도 들러리 식으로 하는 것도 사실은 굉장히 우려스러운 부분이고, 최대한 공적으로 투명성 있게 관리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감시되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주 회장이 돼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심어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보인다”며 “(자기 사람들을 심으면) 오너가 있는 제조업체나 상장법인과 다를 게 없다. 지주 회장 선임 절차는 금융의 고도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장의 발언이 어떤 형태로든 금융지주사 인선 절차에 실질적인 개입으로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감 당시 BNK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거론하며 “특이한 면들이 많이 보인다. 절차적 하자 등 문제가 있을 경우 수시 검사에 돌입하겠다”고 말했지만 금감원이 검사에 나서지는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절차와 관련한 문제점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고 이후 금감원장이 별도의 조치를 내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고환율 원인과 관련해 정부가 지목한 ‘서학개미’ 문제보다는 국민연금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오죽하면 청년들이 해외투자를 하겠냐는 데 대해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저도 해외주식을 갖고 있어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환시장에서 (국민연금은) 공룡이 됐다”며 “(국민연금이) 환을 결정하는 주류가 되어 버린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환율이 이렇게 문제가 되면 자산 양극화는 더 심화된다”며 “(원화가치 하락으로) 급여가 디스카운트 되고 있다는 것을 분노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금이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시점까지 와 있다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서도 국민연금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상당히 강하다. 올해 3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었던 이 원장은 당시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에 철저히 책임을 추궁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책임을 질타하면서, 국민연금이 투자한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상환권 양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집중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고환율 문제와 관련해 “시장에서 연금 특히 국민연금과 관련된 관심이 많은데,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게 환헤지를 하느냐 언헤지를 하느냐의 기준이 아예 보인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그걸 통해 연금의 정책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어디로 갈지 노출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금과 관련해 관계당국 간의 협의체인 프레임워크를 출범해서 그걸 중심으로 환과 관련된 정책들이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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