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5개사 중 3곳 신유동성비율 100%에 못 미쳐

2025-12-05 13:00:02 게재

실질 만기 1년 미만 회전식 예금, 유사시 이탈 가능 큰 비대면 예금 고려시

뱅크런 등 유사시 가용 가능한 자금 비중 13.2%, 업권 평균 보다 낮아

“중·소형사에 비해 건전성 규제 강화하는 등 엄격한 리스크관리 요구돼”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5개사 중 3곳은 예금의 질적 특성(이탈 가능성이 높은 유형의 예금)을 반영한 신유동성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대형 저축은행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건전성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 예금보험공사가 발간한 ‘금융리스크리뷰 2025년 가을호’에 실린 ‘저축은행 자산규모별 자산·부채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유동성비율은 189.2%로 대형(자산 5조원 이상)·중형(1조~5조원 미만)·소형(1조원 미만) 저축은행 모두 규제비율(100%)을 크게 상회했다.

하지만 유동성 부채(분모)에 예금의 질적 특성을 감안한 금액을 가산해 신유동성비율을 산정한 결과 대형 저축은행 5개(SBI, OK, 한국투자, 웰컴, 애큐온) 중 3곳(60%)은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의 질적 특성은 △실질 만기(1년 미만)가 짧은 회전식 정기예금 △유사시 이탈 가능성이 높은 비대면 예금 △비보장성 예금 △거액(1억원 초과) 예금 등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요인들을 고려한 것이다. 감독당국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현재 유동성비율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등 유사시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고서에서 자체적으로 산정한 지표다. 감독당국에서도 내부적으로는 보다 엄격한 방식의 유동성비율을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의 경우 유동성비율은 184.8%로 규제비율 보다 크게 높지만 신유동성비율은 105.9%로 100%를 간신히 넘겼다. 회전식예금 비중 29%, 비대면예금 비중 41.3%, 비보장예금 비중 22.6%, 거액예금 비중 0.8%로 나타났다.

중형 저축은행 26개사 중 14곳도 신유동성비율이 100%를 하회했고 소형 저축은행은 48개사 중 2곳이 100%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뱅크런 등 유사시 가용 가능한 자금 비중이 13.2%로 업권 평균(14.1%) 보다 낮다고 밝혔다.

대형 저축은행의 총 예금은 6월말 기준 39조3000억원이며 가용자금(현금 및 예치금, 단기매매증권 등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은 5조2000억원(13.2%)에 그쳤다. 뱅크런 취약예금으로 분류된 비보장 예금은 8조9000억원(22.6%), 비대면 예금은 16조2000억원(41.3%)이다.

중형 저축은행의 가용자금 비중은 13.3%, 소형 저축은행의 가용자금 비중은 18.7%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백남수 예보 저축은행리스크관리부 차장은 “대형사는 신유동성비율 및 비대면예금 등 유사시 이탈 가능성이 높은 예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유동성 추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사의 경우 저축은행업권 총자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개별 저축은행의 경영 상황이 업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런 이유로 대형사에는 건전성 규제를 중·소형사에 비해 강화하는 등 보다 엄격한 리스크관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중형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PF 위험이 대형·소형 저축은행에 비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저축은행업권의 대출금 94조8000억원 중 부동산PF(PF·브릿지)는 11조2000억원(비중 11.8%)으로 PF대출 7조5000억원, 브릿지대출 3조7000억원이다. 중형 저축은행의 경우 PF 잔액이 5조2000억원으로 대형 저축은행(3조1000억원), 소형 저축은행(2조8000억원)에 비해 규모가 크다. 연체율은 18.2%,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비율) 25.6%에 달했다. 대형과 소형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6.7%, 15.9%다.

백 차장은 “중형사의 경우 부동산PF 취급 규모가 크고 건전성이 대형·소형사에 비해 좋지 않아 PF 사업장 정리 현황 등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소형사는 기업대출 편중, 건전성·수익성 등 전반적인 재무비율이 좋지 않게 나타나고 있어 각 개별사별로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소형사의 경우 신용평가시스템(CSS) 미비로 개인신용대출 취급 규모가 적고 기업대출 비중이 높아 대출 포트폴리오가 편중돼 있는 만큼 저축은행중앙회 중심으로 소형사 맞춤형 CSS 개발 및 지원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NPL 전문관리회사(에스비엔피엘대부, 저축은행중앙회 자회사)에서 건전성 관리 역량이 부족한 저축은행의 채권 매각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형 저축은행(5개사)의 평균 자산은 9조4000억원, 임직원수는 609명, 점포수는 12.6개로 나타났다. 중형 저축은행(26개사)의 평균 자산은 2조1000억원, 임직원수는 178명, 점포수는 3.8개다. 소형 저축은행(48개사)의 평균 자산은 4000억원, 임직원수는 36명, 점포수는 1.8개에 그쳤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