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회생’ 대상 부실기업↑…구조조정 틀 다시 짠다
금융당국, 올해 신용위험평가 … 부실징후기업 437개, 11.7% 증가
금융위, 구조조정 개편방안 마련 … 법원과 연계 확대로 지원 강화
경기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437개사를 선정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등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과 기업회생(법정관리) 대상을 가려낸 것이다.
1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수시·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올해 437개사를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했다. 전년(391개사) 대비 46개사(11.7%) 증가한 것이다.
금감원과 채권은행은 매년 상반기 대기업(신용공여 500억원 이상)과 하반기 중소기업을 상대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매분기마다 수시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평가(A~D등급)에서 C·D등급을 받으면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된다. C등급은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D등급은 기업회생(법정관리) 대상이다.
2022년부터 금융당국이 수시평가를 확대하면서 정기평가보다 수시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금감원은 연말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만 공개하고 있는데, 수시평가로 부실기업들을 이미 솎아내고 있기 때문에 정기평가에서 부실징후기업이 전년 대비 줄어드는 ‘착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정기평가 결과를 보면 부실징후기업은 2021년 160개사에서 2022년 185개사, 2023년 231개사로 증가했지만 2024년 230개사, 올해 221개사로 감소 추세다. 하지만 수시평가 결과를 합한 전체 부실징후기업은 2024년 391개사, 2025년은 437개사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금감원은 대기업의 경우 경제·금융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수시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에 중소기업은 매분기 수사평가를 실시한다.
그 결과 올해 수시평가에서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대기업이 4개사, 중소기업이 212개사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 정기평가(204개사) 보다 더 많다. 채권은행들은 기업의 부실 위험을 감지하는 조기경보 모형을 개선해 거래기업을 상대로 진행하는 수시평가를 확대했다.
정기평가에서 부실징후기업이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세부평가 대상 기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재무건전성 악화로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세부평가 대상 기업은 2023년 3578개사에서 2024년 4028개사, 올해 4482개사로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의 세부평가 대상 기준은 △최근 3년간 연속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부(-)인 기업 △최근 3년간 연속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이 1.0미만 기업 등이다.
중소기업은 △최근 3개월 이내 10일 이상 연체발생(연속) 기업 △최근 3개월 이내 당좌(가계당좌)거래 부도발생 기업 △최근 3개월 이내 신용등급이 3단계 이상 하락해 요주의 이하로 분류된 기업 등이다.
금융당국은 워크아웃·기업회생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내년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을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기촉법은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돼 그동안 6차례 연장됐다. 지난 2023년 12월 국회는 기촉법을 연장하면서 부대의견을 달았다. 금융위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법원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기업 구조조정 제도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원의 인가·승인 등 역할 확대를 포함한 발전적 개편방안을 마련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법원과 연계해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마련했다.
법원은 올해 4월 ‘사전 구조조정 지원 및 하이브리드 구조조정 제도 설명회’를 통해 새로운 구조조정 방식을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은 기업이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회생절차를 병행할 수 있도록 두 제도의 장점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워크아웃을 채권은행들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하이브리드 구조조정과 관련한 내부 기준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새로운 제도를 법원이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이 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하이브리드 구조조정과 관련해 채권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을 이번 개편안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정무위원회에 개편방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