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37 백아도 바위능선길
1만2천년 전 빙하가 녹기 전 육지모습 간직
백아도는 인천의 섬이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백아도에는 두 개의 마을이 있다. 학교마을과 부대마을. 섬 서북쪽의 부대마을은 예전에 군부대가 주둔해 있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교마을은 초등학교가 있던 마을이다. 마을들은 이미 사라진 두 개의 기관 이름으로 불리지만 본래 부대마을은 큰 마을, 학교마을은 작은 마을이었다. 지금은 학교마을에 집이 몇 채 더 많다.
민어는 1970년대 초까지 대량으로 잡혔지만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학교 마을 정자 앞에서 만난 노인도 15톤짜리 자망배로 민어잡이를 했었다. 그때는 민어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서 버리는 게 일이었다.
“민어울음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사람들이 산에 앉아서 대화를 못할 정도였어. 꽉꽉거리는 게 매미 울음소리는 저리 가라야. 그렇게 버글 댔었는데. 지금은 씨가 말랐어.”
백아도 앞바다에서는 1980년대 말까지도 민어가 나기는 했지만 숫자는 미미했다. 그러다 민어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는 떼어내 버리던 꽃게가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섬에는 노인들만 남아 더이상 힘든 어장 일을 할 사람이 없다. 섬 앞바다 꽃게와 새우는 모두 외지 배들이 잡아간다. 섬에서는 소형어선이 우럭, 놀래미, 장어 등을 통발로 잡고 자망 그물로 꽃게를 조금 잡을 뿐이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인천 등지의 꽃게 배들이 백아도에 정박했었다. 노인들은 꽃게 그물 손질을 해주고 일당이라도 벌었다. 하지만 더이상 꽃게 배들도 들어오지 않는다. 꽃게 그물이 유자망에서 닻자망으로 바뀌면서 노인들의 손으로는 더이상 그물 손질을 할 수 없게 된 까닭이다.
폐교가 된 학교는 학교마을 고개 넘어 풀숲에 묻혀 있다. 온갖 풀들이 자라나 학교로 들어가는 길을 막아버렸다.
고개마루에는 무심해 보이는 개 한 마리와 흑염소 한 마리가 묶여있다. 염소는 배가 부른지 풀을 뜯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먹이보다 낯선 길손에게 더 흥미를 보인다. ‘안녕’ 인사 한마디 건네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쪼르르 뒤쫓아 온다. 소심하고 겁이 많기로 유명한 염소가 낯선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녀석은 드물게 겁이 없거나 지독히도 외롭거나 둘 중 하나 일테지.
폐교 앞 아담한 해변이 아늑하다. 늦은 오후 바다는 금빛으로 반짝이고 파도는 잘게 부서진다.
백아도에는 백섬백길 88코스 백아도 바위능선길이 있다. 마을과 해변, 산길로 이어지는 10㎞의 트레일이다. 백아도항을 출발해 흔들바위, 송전탑, 당산, 남봉, 보건진료소를 거처 다시 백아도항으로 회귀한다.
백아도는 작은 섬이지만 산세가 아름답다. 특히 남봉에서 마주하는 암릉과 협곡은 산수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실상 1만2000년 전 빙하가 녹기 전까지는 백아도 또한 육지의 일부였다. 육지가 바다에 잠기면서 가장 높은 봉우리들만 남아서 섬이 되었다. 그러므로 모든 섬은 산이다. 높지 않은 섬의 산들이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