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안 제출…DIP 조달 불투명

2025-12-30 13:00:09 게재

분리 매각, 점포 폐점에 노조 반대 기자회견

전단채 피해자 “MBK 출구 전략 우려” 반발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과 3000억원 규모의 회생기업 금융(DIP), 대규모 점포 폐점을 골자로 한 ‘구조 혁신형 회생계획안’을 29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회생안의 핵심으로 제시된 DIP 파이낸싱의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오고, 분리 매각과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조합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회생계획 인가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29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홈플러스 관리인측은 현금 흐름 개선과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법원은 계획안을 검토한 뒤 주요 채권자에게 이를 통보하고, 이후 약 한 달간 채권단과 주주·노동조합 등이 참여하는 관계인 집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회생계획안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 분리매각 △향후 6년간 부실 점포 최대 41개 폐점 △홈플러스 본체에 대한 회생 전 매각 추진 △DIP를 통한 3000억원 자금 조달 등이 담겼다. 홈플러스측은 전체 약 120개 점포 가운데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로 잡은 62개 점포를 제외한 임대 점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폐점이 보류됐던 점포 가운데 가양·장림·일산·원천·울산북구점 등 5곳의 영업 중단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인력 부문에서는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과 함께, 다른 점포로 이동시키는 전환 배치 방안도 회생계획안에 담겼다.

홈플러스가 이 같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 매출 감소가 이어졌고,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체납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직원 급여를 나눠 지급하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홈플러스 매출이 약 20% 감소했고, 지난해 3000억원을 넘겼던 영업손실 규모도 더 확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회생계획안에 포함된 DIP 파이낸싱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DIP는 회생기업에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대신 기존 채권자보다 우선 변제권을 부여하는 구조로, 채권단 동의가 필수적이다. 특히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약 1조2000억원을 대출하며 마트 점포 62개를 담보로 잡고 있는 만큼, 변제 순위가 밀릴 수 있는 DIP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참여 가능성도 낮게 점쳐진다.

점포 폐점과 분리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에 대해 노동조합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회생계획안을 “기업을 살리는 방안이 아니라 알짜 자산을 매각해 껍데기만 남기는 사실상의 청산 계획”이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빚으로 망가진 회사를 또다시 빚으로 살리겠다는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MBK가 단 한 차례의 자금 투입이나 담보 제공도 없이 모든 부담을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무분별한 폐점과 자산 매각은 홈플러스를 더욱 약화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또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노조측은 “홈플러스는 수만 명의 노동자와 협력업체의 생계가 걸린 민생 기반”이라며 “사모펀드의 투자 회수를 위한 기업 해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회사를 살리기 위한 합리적인 구조조정에는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대주주의 책임 회피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에는 협조할 수 없다”며 향후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편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들도 회생계획안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전단채 피해자들의 의사가 회생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이번 회생이 MBK와 금융기관의 출구 전략으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회생계획안에 전단채 피해자 항목을 별도로 두고, 익스프레스 분리매각 대금 일부를 피해자와 노동자, 입점업체 보호에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가 홈플러스의 향후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리 매각과 점포 정리가 동시에 추진되는 상황에서 DIP 조달까지 무산될 경우 회생 전략 자체가 흔들리며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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