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후원’ 통일교 인사들 검찰 송치

2025-12-31 13:00:01 게재

한학자 총재 등 4명 …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배당

여야 의원 11명 후원 정황 … 이 대통령, 수사 속도 독려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 2019년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불법 정치후원금을 제공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경찰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 교단 핵심 관계자 4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사건을 선거·정치범죄 전담부서에 배당해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30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쪼개기 후원 의혹’ 사건을 공공수사2부(윤수정 부장검사 직무대리)에 배당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전날 한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한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정원주씨, 통일교 산하단체 천주평화연합(UPF) 회장을 지낸 송광석씨 등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전담수사팀 출범 이후 통일교 관련 의혹으로는 첫 송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1월 개인만 정치후원을 할 수 있도록 한 정치자금법 규정을 피해, 개인 명의로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100만~300만원을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압수수색과 회계 자료 분석,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통일교측 자금이 동원된 구조를 확인했다. 개인 명의로 후원금을 먼저 납부한 뒤 UPF 자금으로 이를 충당하고, 이후 통일교 세계본부가 같은 금액을 다시 UPF에 송금하는 방식이 사용됐다는 판단이다.

경찰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한 총재를 쪼개기 후원을 지시하거나 최소한 이를 묵인한 ‘정점’으로 판단했다.

후원 대상은 최소 3개 정당 소속 11명으로 당시 모두 현역 의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11명에 대해서는 송치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인이 처벌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후원금을 받은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자금이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점을 인식했거나 공모 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개인 명의 후원이라는 형식 요건이 갖춰졌고, 의원실 회계 처리 과정에서도 위법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수수 의혹과는 별건이다. 경찰은 지난 15일 통일교 천정궁 등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쪼개기 후원 정황을 확인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9년 1월 후원 사건은 내년 1월 초 공소시효 만료가 예상된다. 경찰은 시효가 임박한 사건을 우선 송치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김건희 특검팀으로부터 이첩받은 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정치인이 피의자로 입건됐으나, 경찰은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라며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수사와 맞물려 정치권 파장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 통일교와 신천지 등을 언급하며 “특검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다”라며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수사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정교분리라는 헌법 원리를 어기고 종교가 정치에 개입한 부분은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통일교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법안 상정이 불발됐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송치된 사건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뒤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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