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두 달 새 10개 점포 영업 중단
현금 흐름 악화에 임대 점포 정리, 구조조정 가속
노조 “MBK 책임 회피” 반발, 인력 감축 우려 확산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다음 달 말까지 5개 점포의 영업을 추가로 중단한다. 지난달 말 5개 점포에 이어 두 달 새 10개 점포가 문을 닫는 것으로, 회생계획안 제출 직후 고정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내년 1월 31일자로 계산·시흥·안산고잔·천안신방·동촌점 등 5개 지점의 영업을 중단한다. 앞서 홈플러스는 12월 말 가양·장림·일산·원천·울산북구점 등 5개 지점의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홈플러스가 지난해 8월 ‘긴급 생존 경영’을 선포하며 추진해 온 15개 점포 구조조정 계획의 연장선이다. 당시 홈플러스는 정치권과 노동조합 등의 요청을 받아들여 폐점을 보류하는 대신 △회생 절차 개시 이후 급감한 납품 물량 정상화 △보증금 선납 등으로 강화된 거래 조건 완화를 전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납품 중단이 반복되고 현금 흐름 악화가 이어지면서 구조조정을 다시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납품업체들의 거래 조건 완화와 물량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금 사정이 더 나빠졌다”며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영업을 중단하는 점포들이 모두 임대 점포라는 점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이들 점포는 대형마트 호황기에 체결된 계약으로 임대료 부담이 크고, 회생 절차 이후 진행된 임대료 조정 협상도 결렬된 곳들이라는 것이 홈플러스측 설명이다.
다만 홈플러스는 이번 조치를 ‘폐점’이 아닌 ‘영업 중단’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트 직영 매장은 운영을 멈추지만, 건물 내 입점한 쇼핑몰 점주들이 원할 경우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구조 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회생계획안에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부실 점포를 정리해 몸집을 줄인 뒤 인수합병(M&A)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이 담겼다. 홈플러스는 앞으로 6년간 최대 41개 점포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홈플러스의 점포 수는 117개로, 이 가운데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로 확보한 62개 점포를 제외한 임대 점포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점포 영업 중단이 이어지면서 인력 감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인위적인 해고 대신 정년퇴직자가 발생할 경우 추가 채용 없이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영업 중단 점포가 늘어날 경우 현장 인력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책임 있는 해법을 내놓지 않은 채 모든 고통을 현장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에 앞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제출된 회생계획안을 검토한 뒤 관계인 집회를 열어 채권단과 협의를 진행하고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얽힌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하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노조를 설득하는 과정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운전자금이 바닥난 홈플러스의 고강도 구조조정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