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 교체시 감사시간 증가”…불확실성 커져
전문 경영자보다 소유 경영자 바뀌면 감사위험 더 높게 인식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될 때 외부감사인은 감사위험이 높아졌다고 인식해 감사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 경영자보다 소유 경영자가 바뀔 때 감사위험을 더 높게 인식했다.
2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간한 ‘회계·세무와 감사연구’(2025년 12월호)에 실린 논문 ‘최고경영자 교체와 감사시간’에 따르면 경영자 교체는 감사시간과 1% 수준에서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시간 증가와 최고경영자 교체 간의 관계가 우연에 의해 관측됐을 확률이 1%보다 작아, 매우 신뢰할 수 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4420개 표본을 통해 분석된 결과다. 전체 표본기업의 평균 감사시간은 약 1884시간이며 이중 약 35%가 경영자 교체를 경험했다. 또 표본의 약 32%는 복수 경영자 체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약 45%는 전체 경영자가 소유 경영자로 구성돼 있다.
표본을 보다 세밀하게 나눈 것은 경영자 구조와 기업 소유 유무에 따라 ‘경영자 교체와 감사시간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단독 경영자인 표본과 복수 경영자 표본을 분석한 결과, 복수의 경영자 중 한명이 교체되는 경우 감사시간에 차이가 없지만 단독 경영자가 교체된 경우에는 감사시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운영 및 회계 정책 결정권이 한명의 최고경영자에게 집중돼 있을 경우, 외부감사인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감사위험을 더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영자 소유구조에 따라 경영자 교체와 감사시간의 관계도 달랐다. 단독 경영자 구조를 채택한 기업 중에서는 소유 경영자가 교체될 경우 감사인의 감사시간이 높아졌지만, 전문 경영자 교체에 대해서는 감사인이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을 작성한 안유연 박사(고려대 연구원)와 김현정 경성대 교수, 홍준용 한밭대 교수는 “단독 경영자 체제에서 경영자가 지배주주인 경우, 경영자 교체는 경영 전략 및 정책 변화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외부감사인이 감사위험을 상대적으로 크게 인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반면 복수 경영자 표본에서 경영자 중 한명 이상이 교체될 경우 감사시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전문 경영자 중 한명 이상이 교체될 경우 감사시간이 높게 나타났다. 안 박사 등은 “전문 경영자가 포함된 복수 경영자 체제에서는 집단 간 리더십 조정 문제, 정책의 비일관성 등으로 외부감사인이 감사위험을 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자 교체 유형에 따라 감사인이 인식하는 위험이 달랐다. 단독 경영 체제에서는 소유 경영자에서 소유 경영자로의 교체가 이뤄진 경우에만 감사시간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는 감사인이 해당 유형의 교체에 대해, 오너 경영 체제 내에서의 후계 승계로 인식해 불확실성을 높게 인식하는 결과로 해석됐다.
안 박사 등은 “규제 당국은 경영진 교체 등 조직 변화에 따른 감사위험을 감사 실무에 정교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