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국회·지방의회 90% 이상 장악
국회 92%, 광역의회 99%, 기초의회 94% 점유
‘카르텔 구조’ 갈수록 견고해져 … 그들만의 잔치
거대양당의 장악력이 강해질 뿐만 아니라 국회와 지방의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이어 의회 역시 거대양당 중심 구조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국회와 지방의회 모두 거대양당 이외엔 들어갈 구멍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중앙당의 막강한 영향력과 거대정당의 독과점이 그대로 국회, 지방의회로 이어지면서 ‘카르텔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2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98명의 국회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5.7%인 166명이고 국민의힘 의원은 35.9%인 107명이다. 두 거대양당의 비중은 91.6%로 90%를 넘어섰다.
지난 2024년의 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비례위성정당까지 포함해 거대양당의 비중이 94.3%(민주당 175석·58.3%, 국민의힘 108석·36.0%)로 높아진다. 두 정당을 합친 의석은 283석이었다. 2020년에 치른 21대 국회 역시 300석 중 283석(94.3%)을 거대양당이 확보해 확고한 독과점 정치구조를 형성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그들만의 잔치’였다. 지난 2022년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자리는 거대양당이 모두 가져갔다. 국민의힘이 12곳, 민주당이 5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중에서는 국민의힘이 145곳, 민주당이 63곳을 확보해 거대양당이 전체 226개 중에서 92.0%인 208개 자리를 가져갔다. 제3의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 의석은 18석(진보당 1석, 무소속 17석)에 불과했다.
지방의회의 거대양당 점유율은 더 커졌다. 2022년 광역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872석 중 61.9%인 540석, 민주당은 36.9%인 322석을 차지했다. 두 정당의 점유율은 98.8%에 달했다. 진보당(3석), 정의당(2석), 무소속(5석)의 몫은 10석에 지나지 않았다.
기초의원도 마찬가지다. 전체 2987명 중에서 국민의힘은 48.0%인 1435석, 민주당은 46.3%인 1384석을 확보했다. 거대양당 비중은 94.3%였다.
거대양당의 독과점 구조는 무투표 당선자 급증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 수는 모두 490명으로 지난 7회 지방선거(89명)보다 450%나 증가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무투표 당선자가 4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6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무투표 당선자는 광역의원 108명, 기초의원 294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81명, 교육의원 1명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서울 121명, 전북 62명, 경기 54명, 전남 50명, 경북 42명, 부산 35명, 대구 30명, 경남 22명, 인천광역시 21명, 광주시 13명, 충남 12명, 대전시 8명, 충북 8명, 울산시 7명, 제주 3명(교육위원 1명 포함), 강원도 2명이었다.
무투표로 당선된 기초단체장도 대구 중구와 달서구, 광주 광산구, 전남 보성군과 해남군, 경북 예천군 등 6명에 달했다. 강력해진 거대양당 구도가 만들어낸 결과다. 거대양당 소속 후보자만 당선되는 상황이 호남과 영남에서의 무투표 당선을 양산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경북 군위군 의회의 경우엔 2006년 기초의회에 비례대표 의석이 생긴 이후 2022년까지 모든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추천 비례대표 후보가 무투표로 당선되기도 했다.
거대양당의 독과점이 국회와 광역·기초의회에 광범위하게 작동하며 ‘카르텔’로 이어지는 토양을 만들어냈다. 이는 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경북지역에서 오랫동안 정치활동을 해온 민주당 임미애 의원(비례)은 ‘입법조사처보’(겨울호)에 쓴 기고에서 “견제 없는 권력이 어떻게 주민 삶을 망가뜨리는지를 뼈저리게 보아 왔다”며 “‘투표할 사람도, 선택지도 없다’는 이 현실은 지방자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소멸과 인구감소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지방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당 독점 구조를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지방의회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만흠 전 입법조사처장은 “거대양당 체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카르텔의 형태가 누적돼 왔다”며 “중앙당에서 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공천권까지 쥐고 있는데다 국회의 정당정치 자체가 거대양당 중심으로 구축되면서 거대양당의 카르텔체제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분권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행정뿐만 아니라 지방의회도 분권돼야 한다”며 “중앙당 중심의 정당운영이 아니라 지역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했다.
김 전 처장은 또 “인물이나 정책 중심이 아니라 거대양당이라는 정당에 유리한 구조로 현재 정치제도가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꾸지 않는 한 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역시 거대양당의 카르텔 체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거대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야는 지난해 말 정치개혁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지방선거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의 거대양당 독점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선거 직전에는 이미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드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거대양당이 대치하는 국면에서는 합의를 전제로 하는 정치개혁의 경우 더욱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