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칩으로 약물 부작용·급성 신장 손상 예측 가능성 열어

2026-01-05 15:28:01 게재

KAIST-분당서울대병원, 차세대 약물 안전성 평가 기술로 주목

근육이 손상되면 그 영향이 신장 기능 저하나 급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몸속에서 근육과 신장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며 동시에 손상되는지는 직접 관찰하기 어려웠다. KAIST 연구진은 이런 장기 간 상호작용을 실험실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개발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기계공학과 전성윤 교수 연구팀이 기계공학과 심기동 교수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김세중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약물로 인한 근육 손상이 신장 손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 ‘바이오 미세유체시스템’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미세유체시스템은 아주 작은 칩 위에서 인체 장기 환경을 구현한 장치다. 연구팀은 실제 인체 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구현하기 위해, 입체적으로 구현한 근육 조직과 근위세뇨관 상피세포(신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세포)를 하나의 작은 칩 위에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개발했다.

해당 시스템은 작은 칩 위에서 실제 사람의 장기처럼 세포와 조직을 배양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설계됐다.

이 장치에서는 근육과 신장 조직을 각각 가장 적합한 조건에서 따로 배양한 뒤, 실험이 필요한 시점에만 연결해 장기 간 상호작용을 유도할 수 있다. 실험이 끝난 후에는 두 조직을 다시 분리해 각각의 변화를 독립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손상된 근육에서 나온 독성 물질이 신장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활용해 실제 임상에서 근육 손상 부작용이 보고된 아토르바스타틴(고지혈증 치료제)과 페노피브레이트(중성지방 치료제)를 투여했다. 그 결과, 근육 조직에서는 힘을 내는 기능이 떨어지고 구조가 손상됐으며, 근육 손상 지표 물질이 증가했다. 동시에 신장 조직에서도 세포 손상과 사멸이 늘고, 급성 신손상과 관련된 지표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특히 손상된 근육에서 나온 독성 물질이 신장 손상을 점차 악화시키는 연쇄 과정까지 확인돼, 실제 인체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유사한 반응이 재현됐다.

전성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근육과 신장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실험실에서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약물 부작용을 사전에 예측하고, 개인별 약물 안전성 평가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김재상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2025년 11월 12일자로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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