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어두움 짙게 드리운 2026년 지속가능금융·ESG투자
세계 정치와 경제계의 광풍을 뒤로 하고 2026년이 밝았다. 지속가능금융과 투자 세계에는 전례 없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전쟁과 공멸의 길 위에 지속가능성은 사치로 치부되고 미래세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은 실종되어 가고 있다. 다시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싶은 소망으로 경제의 지속가능성, 특히 지속가능한 투자와 금융의 측면에서 한 해를 예상해 본다.
우선 2025년부터 본격화된 반 ESG 투자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 ESG 투자의 근원에 있는 핵심적 추동력인 자산소유자들의 지속가능성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자산운용사들에게 21세기 초입에 ESG 투자가 주류인 듯했지만 지금까지 논의나 주장은 많지만 행동은 미진했다.
그러나 학계 시민사회 정치인 산업계 리더들 중에는 기후행동의 퇴보에 대한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세계 평균 기온은 2024년 이미 산업혁명 이전 대비 1.6℃ 상승해 파리협약의 궁극적 목표인 1.5℃ 억제선을 초과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이 내세웠던 2050년 넷제로 달성도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탄소감축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험(physical risk)에 대한 적응(adaptation)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 ESG 투자 경향은 지속될 것
경영자의 수탁책임(stewardship) 강화 트렌드는 현재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2026년에는 투자자들이 특정 이슈, 산업 또는 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경영참여를 강화할 것이며 특히 저탄소 전환이 어려운 발전 철강 시멘트와 같은 산업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후변화에 관한 기관투자자그룹(IGCCC)이나 산림벌채 투자자그룹(Deforestation Investor Group) 등 글로벌 단체들도 경영참여활동을 강화해 나아갈 것이며 기관투자자들은 위험관리를 위해 기업의 탄소감축 성과 뿐 아니라 적응능력이나 회복탄력성을 집중적으로 평가하고 관여할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의 ESG 투자 전략 중 상대적으로 경영참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스웨덴 연금기금의 버퍼펀드(buffer fund) 중 하나인 AP2는 2020년 글로벌 연금기금 중 가장 빨리 파리협정 벤치마크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했지만 2026년 일부 다배출 기업을 재편입시키되 경영참여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적극적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수정을 포함해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넷제로 목표 2단계 수정을 위한 운영계획 및 지침을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성 공시제도도 2025년 상당히 후퇴했다. 유럽연합(EU)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해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EU 택소노미 등 주요 지속가능성 규제의 적용 범위와 요건을 조정해CSRD 적용 기업 수를 80% 줄이고, 보고 및 실사 요건도 대폭 간소화했다. 미국에서도 연방항소법원이 캘리포니아의 기후정보 강제공시를 중지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리고 캐나다도 기후공시 의무화 계획을 중지했다.
그러나 2025년에 모든 징후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권고안을 브라질 맥시코가 2026년 채택할 것으로 보이며, 영국도 ISSB를 일부 수정한 공시기준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주도 작년 말 자체적인 온실가스 공시 규제를 발표했다.
2026년에는 투자자의 지속가능성 인식제고와 책임투자, 그리고 그린워싱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가 최종적으로 공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규제에서는 금융상품을 지속가능투자(Article 9)와 사회·환경 특성 촉진(Article 8) 등으로 분류해 공시와 함께 시장참여자와 자문회사에게 주요 부정적 영향(PAI) 보고서의 웹사이트 공시 및 계약 전 정보제공의무를 부과하며 기업은 규정을 준수하거나 또는 설명해야 한다.
SFDR은 금융기관이 투자상품의 ESG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금융기관과 투자 대상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두드러진 현상은 인공지능(AI) 활용 확대다. 향후 글로벌 보고기준 제정과 의무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제3자 데이터나 AI를 활용한 정보 확보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공시와 기후공시 채택 저지에 우려
투자자들에게 지속가능성 정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므로 2026년에도 공시 기준의 의무화 트렌드 논의는 계속될 것이며 넷제로 목표의 재정비와 이와 관련한 그린워싱 또는 그린허싱 이슈가 심각해질수록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와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같은 산업별 공시 기준의 재정비와 수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성 강화 트렌드의 공백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만을 취하려는 기업의 근시안적 노력은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해친다. IFRS의 일반공시(S1)와 기후공시(S2) 채택을 저지하려는 한국의 리더 기업들의 태도는 우려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