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의 구심력, 버텨낼 수 없었다”
제3지대 참여자들 “진영논리 강하게 작용”
국고보조금이 거대 양당체제 물적 토대
1987년 민주화 이후 제3지대 정치를 시도했던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거대 양당이 끌어당기는 구심력을 버티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지역정당에 가까운 자민련(자유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 진보진영의 새로운 길로 나선 정의당까지 제3당 실험은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민주당의 왼쪽을 자처한 조국혁신당 역시 고전 중이다.
7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에서 주는 국고보조금이 거대양당의 물적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총선 의석에 따라 국고보조금이 계속 지급되고 교섭단체에는 대규모 자금이 지원된다”며 “거대 양당은 운영에 큰 타격이 없지만, 신설정당이 들어설 여지는 차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치를 때마다 선거보조금까지 받다 보니 거대 양당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고, 그만큼 소수정당이 발 디딜 틈조차 없어 진다”며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정부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새누리당 비대위원(박근혜 비대위)을 지낸 뒤 국민의당에 입당해 ‘안철수의 새 정치’에 동참했고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바른미래당, 무소속, 민생당까지 이어가면서 ‘안철수 바람’의 중심에서 제3지대의 흥망성쇠를 경험했다.
그는 “김종필 총재가 이끈 자민련은 김 총재의 리더십으로 끌고 간 지역정당일 뿐이었다”며 “안철수바람은 상승기류를 탔는데도 제3지대, 제3당은 거대양당으로 공고하게 구축된 한국 정치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에 참여해 당 운영에 직접 관여했던 한 인사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제3당이 버틸 수 없는 이유는 진영논리가 너무 세고 정치자금이 양당으로 쏠리는 정치자금법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국고보조금제도는 정당이 인기나 지지가 없어도 의석에 의해 유지하게 해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고보조금이 거대양당 체제를 고착화시키는 제도적 장치”라며 “재정은 조직 홍보 정책 인사 등 모든 게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러다 보니 소수정당은 끼어들 틈이 없다”며 “이런 방식이 선거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결국은 지도자의 리더십 문제”라며 “거대양당의 구심력, 재정적 토대와 같은 근본적인 요인들 탓에 새 정치에 대한 강한 철학을 갖고 있더라도 버티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거대양당에서 끌어당기는 구심력 때문에 제3당에서는 빠져나가려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동하게 되면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며 “국민의당은 그나마 재정적 토대가 있었는데도 리더십이 약화되면서 무너졌다”고도 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제3정당이 어려운 이유로 정당제도, 국회제도, 선거제도 등 제도를 짚었다. 그는 “유권자들은 양당 이외의 다른 3당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거나 신뢰하지 않는다. 어차피 사표라고 생각하고 3당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며 “이런 심리가 굉장히 강하게 뿌려내려 있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