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농협, 정부 “감사 멈출 수 없다”
방만 경영·내부 비위에 회장 수사까지 … 합동감사·법 개정으로 구조 손본다
정부가 농협에 대한 감사를 멈추지 않기로 했다. 방만한 경영과 반복된 내부 비위가 드러난 데 이어, 회장을 둘러싼 경찰 수사까지 겹치면서 농협의 통제와 운영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가 감사와 범정부 합동감사, 법 개정을 병행해 농협 구조를 전반적으로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판단은 특별감사 결과에서 분명해졌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감사팀은 회장의 해외 출장비 과다 집행이나 업무추진비 비공개 같은 개별 사안을 넘어, 성희롱·배임 사건에 대한 고발 미이행과 특정 조합에 자금이 집중된 정황 등 조직 전반의 관리 체계가 무너졌다고 결론 내렸다. 비위가 광범위하고 관행처럼 반복돼 온 만큼, 정기 감사나 사후 처분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농협 관련 비위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11~12월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에는 농식품부 인력과 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26명이 투입돼 임원 보수와 경영 집행, 재단 운영, 내부 통제 실태 전반을 점검했다.
정부는 확인된 사안에 대한 처분과 별도로, 미확인 의혹과 익명 제보에 대한 추가 감사에 즉시 착수한다. 국무조정실과 금융당국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감사체계도 가동한다. 내부 감시·통제 구조를 손보는 제도 개선과 법 개정도 함께 추진한다.
농식품부는 8일 세종정부청사에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사실관계가 확인된 사안은 이달 중 사전처분 통지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의견 수렴과 이의 신청 절차를 거쳐 최종 처분은 3월쯤 나올 전망이다.
임직원 형사사건 변호사비 3억2000만원을 공금으로 지출했다는 의혹과 농협재단 배임 의혹 등 2건은 이미 수사 의뢰됐다. 해외 출장 숙박비 초과분은 환수 여부를 검토하고, 중앙회장이 제한 없이 집행해 온 직상금은 지급 기준을 새로 마련해 시정할 방침이다.
특별감사 과정에서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한 38건의 비위 의혹에 대해서는 이달 중 추가 감사를 진행한다. 정부는 다수의 익명 제보를 중심으로 감사 범위를 현장으로 넓힐 계획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수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강 회장이 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강 회장은 선거 전후 외부 업체 관계자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으며, 경찰은 자금 전달 경위와 대가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해 10월 강 회장의 중앙회 사무실과 회장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수사 과정에서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졌지만, 현재까지 기소 여부나 신병 처리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행정 감사와 형사 수사가 맞물리면서 농협의 방만한 경영과 통제 실패 문제는 회장 개인의 사법 리스크와 함께 부각되는 양상이다.
농협 관계자는 “공개된 감사 결과에 더해 수사까지 이어지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기소로 이어질 경우 재판을 병행하며 임기를 수행해야 해 회장 업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요 현안 결정과 대외 협의 과정에서 조직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도 공개되지 않았다. 중앙회는 카드가 비서실에 배정됐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농식품부는 중앙회장이 정보공개법상 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강 회장은 비상근 중앙회장으로 연간 약 3억9000만원을 받는 동시에, 상근직인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연간 3억원이 넘는 급여를 따로 받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겸직·보수 구조의 적절성도 전반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내부 통제 부실도 확인됐다. 농협중앙회는 범죄 행위가 확인되면 고발하도록 돼 있지만, 2022년 이후 성추행과 법인카드 유용 등 6건의 범죄 혐의에 대해 고발이나 인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성희롱 등 중징계 대상인 조합장 비위 사건 6건도 모두 경징계에 그쳤다.
재정 집행 역시 방만했다. 2022년 정기대의원회에서는 조합장 전원에게 1인당 22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지급하는 데 총 23억4600만원을 썼다. 무이자 자금 지원도 특정 조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농협이 스스로 내부 감시와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 감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1월 중 ‘농협개혁추진단’을 출범시켜 제도 개선과 법 개정을 국회와 논의할 계획이다. 특별감사의 최종 결과는 3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장세풍·김성배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