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주가조작 패가망신’의 선제 조건

2026-01-13 13:00:01 게재

코스피 지수가 4600을 넘어섰다. 오랫동안 국내 증시의 문제로 지적돼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다. 주가가 오르는 데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시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하다.

소액투자자들은 그동안 계속돼 온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과 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인해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컸다. 이재명정부가 ‘주가조작 = 패가망신’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사실상 중요한 정책 기조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 기업의 실력은 나쁘지 않은데 주식시장에 상장만 되면 60% 정도밖에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 많이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저평가를 당한다”며 “한국 시장에서 주가 조작이나 부정 거래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증원과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수사권 부여 등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합동대응단이 조사하는 사건 중 대부분은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에서 조사하고 있던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을 가져와서 금융위 조사공무원들이 가진 강제조사권과 금감원의 전문성, 한국거래소의 시장 감시 기능 등 각 기관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신속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통상 1년 가량 걸리는 조사 시간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금감원에 계류 중인 조사 사건은 과거보다 적체가 심해지고 있다. 금감원 조사인력을 빼서 합동대응단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금감원 조사인력은 합동대응단 뿐만 아니라 특사경과 검찰 파견 등으로 인원이 줄어든 상태다.

금감원의 자본시장 조사인력은 주가조작 세력 근절 구조의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랫부분을 맡고 있는 ‘인력 풀’이다. 조사인력을 확대해야 중장기적으로 주가조작 세력을 척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금융당국에 대한 견제와 감독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인력과 권한 확대는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금감원이 특사경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이후 일부 사건들에서는 수사 장기화로 오랫동안 출국금지를 당한 피조사자들의 항변이 이어졌다.

기소독점권을 행사해온 검찰이 결국 개혁대상에 올랐고, 검찰청 자체가 해체를 앞두고 있는 상황은 강력한 권한 행사에 대한 견제와 감독 등 합리적 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가조작 세력의 패가망신과 엄벌은 반드시 정착시켜야할 과제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강력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할 수 있는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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