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수산물 등 민감의제 정상회담 올린다
이 대통령, 다카이치 총리 고향서 회담
조세이탄광 발굴 - CPTPP 가입 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과거사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등 한일간 민감의제를 테이블에 올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해 공식 방일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다자회의 계기 만남을 제외하고 다섯 번째다.
이 대통령이 앞선 한일정상회담에서 과거사 관련한 언급을 최소화하며 미래협력과 관련해 주로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번엔 다소 껄끄러운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동안 형성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양 정상의 진전된 공감대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13~14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 나라현을 찾은 이 대통령은 13일에는 소수만 배석하는 단독회담, 양국 참모진들이 함께하는 확대회담을 거쳐 양국 정상의 공동언론발표와 1대1 환담, 만찬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한다. 14일 오전에는 다카이치 총리와 친교일정을 진행한 뒤 오사카·간사이 지역의 재일동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선 과거사 문제 관련한 첫 논의를 시작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담의 기대효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협력 강화”를 꼽으며 “조세이 탄광 등 과거사 문제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조세이탄광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징용돼 일하던 일 야마구치현 소재 해저 탄광으로 1942년 붕괴 사고로 조선인 노동자들이 수몰됐다. 당시 조선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함께 매몰돼 유해발굴 필요성이 한일 양국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방송된 NHK 인터뷰에서 탄광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과거를 직시하되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면서 서로 손잡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일본산 수산물 관련 수입규제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관련 논의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같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금지 조치에 대해 “현재 상태로는 대한민국 국민 정서·신뢰문제를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어렵다”면서도 “하나의 중요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PTPP 가입 논의와 수산물 수입문제가 연동돼 있기 때문에 기존보다 다소 열려 있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CPTPP는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도널드 트럼프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 수출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CPTPP 가입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일본 측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CPTPP 가입 조건으로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연동된 두 의제 논의의 진전 여부가 이번 회담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이번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 “역대 일본 총리가 본인의 지역구로 외국 정상을 초청한 사례는 드문 편”이라면서 “나라에서 일본 총리와 외국 정상이 회담하는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인공지능(AI)의 구체적 성과 도출을 위한 협력 심화 △초국가 스캠단지 대응을 위한 한일 협력 제도화 추진 △양국 청년 세대·전문인력 간 교류 활성화 조치 추진 등의 경제·민생분야 이슈도 이번 회담에서 다뤄질 의제로 꼽았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