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이후 주요 카드 매출 7% 감소, 쿠팡 성장 공식 흔들
정부 규제 압박 겹쳐 리스크 확대 … 입점 소상공인 피해로 부담 전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을 떠나는 이른바 ‘탈팡’ 현상이 실제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자 신뢰 하락이 결제 데이터로 드러난 가운데, 공정거래와 노동 규제 압박까지 겹치며 쿠팡의 사업 전반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 부담은 입점 소상공인과 중소업체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소비자 이탈은 수치로 분명히 나타난다. 이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국민·신한·하나카드의 쿠팡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공개된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쿠팡의 하루 평균 결제 금액은 731억333만원으로 집계됐다. 사고 직전인 11월 1~19일 하루 평균 결제 금액 786억9502만원과 비교하면 7.11% 감소했다. 이 기간 매일 약 56억원의 카드 매출이 줄어든 셈이다.
결제 건수도 함께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252만5069건에서 234만6485건으로 7.07% 줄었다. 매출 감소가 단가 변화가 아니라 이용자 이탈에 따른 거래량 감소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월 단위로 봐도 흐름은 같다. 12월 하루 평균 결제 금액은 11월보다 5.16% 감소했다. 통상 연말은 매출이 늘어나는 시기지만, 쿠팡은 오히려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의원실은 “연말마다 고객당 매출과 결제 빈도가 늘던 쿠팡의 성장 흐름이 이번 개인정보 유출과 신뢰 하락으로 사실상 꺾였다”고 설명했다.
차 의원은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소홀과 오만한 대응이 결국 소비자의 집단적인 외면을 불렀다”며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를 비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려면, 피해자들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와 고의적 과실에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은 이미 발의해 놓은 만큼 국회 차원에서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매출 둔화는 규제 리스크 확대와도 맞물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심의에 들어갔다. 쿠팡이 와우멤버십을 통해 배달과 콘텐츠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인정될 경우 과징금과 함께 멤버십 구조 조정 등 시정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노동 분야에서도 압박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쿠팡 물류 자회사가 취업규칙을 바꿔 일용직 노동자의 주휴수당을 원천적으로 제외한 것은 “법 위반 소지가 명백하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실제 물류 현장에서는 이상 신호도 감지된다. 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한 달 새 자발적 무급휴가를 신청한 상시직 직원이 5000명을 넘겼다. 이는 전체 상시직의 11% 수준으로, 평소 월 100명 안팎이던 무급휴가 신청 인원이 5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신규 채용도 한 달 새 1400명가량 줄었고, 신규 인력에 지급하던 인센티브도 중단됐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계절적 조정이 아니라, 정보 유출 사태 이후 물동량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주문 감소로 근무 신청이 거절되거나 현장 인력이 남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사이 피해는 입점 소상공인에게 집중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주문이 줄고 취소·반품이 늘었지만,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은 그대로라는 호소가 잇따른다. 일부 업체들은 “주문이 한 자릿수로 줄었다”, “정산은 늦어지는데 비용은 먼저 빠져나간다”고 말한다.
개인정보 감독 당국도 쿠팡의 대응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공식 조사로 확인되지 않은 자체 조사 결과를 앱과 홈페이지에 공지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조사 방해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용자 이탈에 따른 매출 감소, 공정위와 노동부를 중심으로 한 규제 압박, 그리고 그 부담이 소상공인과 노동 현장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겹치면서 쿠팡을 둘러싼 위기는 단순한 사고 후유증을 넘어 플랫폼 모델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책임 있는 보상과 구조 개선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탈팡’ 흐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