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조사 공지 중단” 경고 무시한 쿠팡

2026-01-16 13:00:04 게재

쿠폰으로 여론전 시도 속 ‘탈팡’ 가속 … 시민사회 반발 등 신뢰 위기 장기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대응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지만, 쿠팡은 자체 조사 결과 공지를 유지하며 정면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공식 경고에도 불구하고 쿠폰 지급을 전면에 내세워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지만, 소비자 이탈과 시민사회 반발은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이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시작된 이른바 ‘탈팡’ 흐름은 매출과 선불충전금 감소로까지 이어지며 쿠팡의 신뢰 기반을 흔들고 있다.

◆개인정보위 “조사 방해 소지” =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자체 조사 결과를 앱과 홈페이지에 게시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식 조사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공지해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정부 조사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순 권고를 넘어 조사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특히 쿠팡이 유출자로 지목된 전직 직원과 자체 접촉해 확보한 일방적 진술을 공지에 반영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정확한 유출 범위와 피해 규모 파악을 어렵게 하고, 앞서 두 차례 내려진 개선 권고의 취지에도 반한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위는 자료 제출 지연과 미제출이 반복될 경우 향후 제재 과정에서 가중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러나 쿠팡은 개인정보위의 중단 요구에도 자체 조사 공지를 유지하고 있다. 정식 의결서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대신 쿠팡은 3370만명에 달하는 고객에게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하며 여론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 조사와 제재 국면에서 정면 해명보다 소비자 접점을 앞세운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대응은 정부 조사와 제재보다 소비자 반응을 먼저 관리하면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체 조사’와 쿠폰을 통해 프레임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히며, 책임 규명과는 다른 방향으로 논점을 이동시키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 “보상 아닌 영업 전술” = 시민사회는 반발하고 있다. 1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쿠팡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 “구매이용권은 보상이 아니라 매출 회복을 위한 영업 전술”이라고 규정했다. 쿠폰 사용이 자동 적용되는 구조 자체가 소비자 동의를 왜곡할 수 있으며, 사실상 쿠팡의 대응을 용인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상과 마케팅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시민단체들은 쿠폰 거부와 탈팡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히며, 현금 배상과 공식 사과, 투명한 조사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쿠팡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소비자 불신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나왔다. 일부 단체는 쿠폰 사용 자체가 쿠팡의 대응을 정당화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 이탈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차규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카드 결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20일 이후 쿠팡의 하루 평균 카드 결제 금액과 결제 건수 모두 7% 안팎 감소했다. 유통업계 최대 성수기인 연말에도 매출이 줄어든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단기 소비 위축이 아니라 이용자 신뢰 저하가 실제 거래 감소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장기 이용 의사를 반영하는 선불충전금 역시 개인정보 유출 이후 감소세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선불충전금 감소를 단순한 소비 위축이 아니라 플랫폼에 대한 신뢰 이탈의 지표로 해석한다. 일시적 불만을 넘어 구조적인 신뢰 훼손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쿠팡 5천원 쿠폰 찢는 시민단체 안전한 쿠팡만들기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시민 기만하는 쿠팡 탈퇴, 쿠팡 쿠폰 거부 선언 기자회견’에서 5000원 쿠폰을 찢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물류 현장까지 번진 여파 = 여파는 물류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쿠팡 물류 자회사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한 달 새 자발적 무급휴가를 신청한 상시직 직원이 5000명을 넘어섰다. 신규 채용은 급감했고, 인센티브 지급도 중단됐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계절 조정이 아니라 물동량 감소의 직접적인 결과로 보고 있다. 주문 감소가 곧바로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쿠폰으로 국면을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쿠폰을 둘러싼 소비자 반응은 엇갈리지만, 개인정보위의 공식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체 조사를 고수하는 쿠팡의 태도는 신뢰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부 조사에 대한 정면 대응, 시민사회 반발, 탈팡의 수치적 현실이 맞물리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고 수습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책임과 대응 방식을 묻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쿠팡이 쿠폰을 넘어 실질적인 사과와 조사 협조, 책임 있는 배상으로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탈팡’ 흐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