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전업자녀’라 부르는 청년들
취업 대신 양질 일자리
기다리며 ‘대기’ 선택
취업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직업 없이 부모와 함께 살며 취업을 준비하는 상태를 스스로 ‘전업자녀’라고 부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청년 고용구조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전업자녀’ ‘전업자녀 브이로그’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영상 속 청년들은 부모와 함께 살며 집안일을 맡고 그 대가로 생활비를 받는 일상을 공유한다. 일부는 집안일 범위와 시간, 금액을 정해 근로계약처럼 운영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자신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보지 않는다. 영상에는 이력서 작성, 자격증 공부, 면접 준비 과정이 이어진다. 전업자녀 생활이 영구적 선택이 아니라 취업난 속에서의 ‘대기 상태’임을 밝힌다.
이 같은 현상은 청년 고용부진과 맞물려 있다. 기업의 수시·경력직 채용 확산으로 신입 채용 통로가 줄면서,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려는 청년들이 반복적으로 탈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실업자로 남기보다 구직활동을 멈추고 비경제활동 상태로 이동하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청년 실업률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쉬었음’ 상태의 청년은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취업 경쟁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실업 통계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업자녀 현상은 이런 구조적 이탈이 생활 방식으로 드러난 사례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전업자녀를 개인의 태도나 눈높이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첫 일자리에 실패하면 곧바로 경력 공백이 생기고 공백이 길어질수록 다음 채용에서 더 불리해지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 취업보다 ‘대기’를 선택하는 것이 청년 개인에게 더 합리적인 판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도 영향을 미친다.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득이 없는 청년에게 비용 부담은 커진다. 부모와의 동거는 자립 포기라기보다 재진입을 준비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전업자녀 현상은 청년들이 일을 회피한 결과가 아니라 첫 일자리 통로가 막힌 구조의 반영”이라며 “신입을 경력으로 키울 수 있는 노동시장 출발선 복원이 근본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