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보분석원 ‘자금세탁 의심거래보고’ 첫 100만건 넘어

2026-01-19 13:00:18 게재

10년새 2.16배 증가 … 가상자산 관련 보고 빠르게 증가

비은행권 약 50.7% 역대 최대 비중, 외화 의심거래도 늘어

AI기반 심사분석시스템 도입,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환

금융당국에 접수된 자금세탁 의심거래보고(STR)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건을 넘어섰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발간한 ‘연차보고서’를 통해 2024년 전체 의심거래보고 건수가 108만4143건으로 전년(90만6462건) 대비 17만7681건(19.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의심거래보고는 금융거래 등과 관련해 수수한 재산이 불법재산이라고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거나, 금융거래의 상대방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해 불법적인 금융거래를 하는 등 자금세탁행위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했다고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 이를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보고하는 제도다. 불법재산 또는 자금세탁행위로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주체는 금융회사 등이다.

의심거래보고는 2005년 처음으로 10만건을 넘어선 이후 연평균 증가율이 약 32.7%에 달한다. 10년 전인 2014년 50만1425건과 비교하면 약 2.16배 증가했다.

FIU는 “2022년 트래블룰 시행이후 가상자산 관련 보고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전체 의심거래보고의 증가 추세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기관별로 보면 은행업권이 53만4228건으로 전년(44만7602건) 대비 8만6626건(19.4%) 증가했으며, 증권업권은 4만2920건으로 전년(3만3940건) 대비 8980건(26.5%) 증가했다. 증권업권이 4만건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역대 최대치다. 보험업권은 1만1588건으로 387건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타업권은 49만5407건으로 전년(41만3719건) 대비 8만1688건(19.7%) 증가했다. 기타업권은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단위조합(농협·수협), 우체국, 카지노, 가상자산사업자 등이다.

전체 의심거래보고 건수 대비 비은행권 금융기관의 비중은 약 50.7%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FIU는 “의심거래보고의 가장 큰 부분을 담당했던 은행권에서 자금세탁방지제도가 정착됨에 따라 보고 실효성이 낮은 저위험 금융거래에 대한 보고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반면, 가상자산업권 등 의심거래보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비은행권 금융기관에서 자금세탁방지제도가 빠른 속도로 자리 잡으면서 보고 건수가 증가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됐다. 2022년 3월 트래블룰 시행으로 가상자산사업자 간 자금 이동 내역의 추적이 가능해지면서 의심거래보고가 본격화됐다.

트래블룰 시행 이후 가상자산사업자가 보고한 STR 건수는 2024년 1만9658건으로 전년 대비 약 22% 증가했다. 전체 STR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7%에서 1.81%로 증가했다.

외화거래 의심보고도 크게 늘었다. 2024년 3만3658건으로 전년(2만5741건) 대비 30.7% 증가했다. 5만달러 미만 소액 구간의 보고 건수가 2023년 1만4948건에서 2024년 2만1631건으로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CTR)는 전년과 비교해 소폭 증가했다. 고액현금거래보고는 1거래일 동안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입금하거나 출금한 경우 자동으로 보고된다. 보고되는 거래금액은 동일인이 1개 금융회사에서 1일 동안 거래한 금액으로 산정된다.

2024년 CTR보고건수는 2059만4545건으로 전년(1951만6044건) 대비 107만8501건(5.5%) 증가했다. 2020년 이후 매년 큰 변동없이 약 2000만건이 보고되고 있다.

FIU는 접수된 의심거래보고에 대해 전산분석·기초분석·상세분석의 3단계 심사분석을 거쳐 법집행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2024년 보고된 108만4143건 중 6.9%인 3만3834건을 상세분석했으며 이 중 98.4%인 3만3286건(복수기관제공에 따른 중복건수 제외)을 법집행기관에 제공했다. 전년(2만6324건) 대비 6962건(26.5%) 증가했다.

2024년 법집행기관별 제공 내역을 보면 경찰청이 2만3886건으로 가장 많고, 국세청(1만5363건), 관세청(7382건), 검찰청(2897건), 행안부(3건), 국정원(3건) 순이다.

국세청의 경우 조세탈루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제공되지만, 범죄수익의 조성과 자금 흐름을 단서로 범죄 행위를 추적하는 금융거래 분석의 성격상 하나의 거래가 다양한 전제범죄(자금세탁의 전제가 되는 원범죄)와 관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인 임원이 횡령·배임 및 수출입가격 조작에 의해 조성한 범죄수익과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 경우 횡령·배임, 관세포탈, 재산국외도피, 조세포탈 등 복수의 범죄유형을 전제로 해서 각 집행기관에 제공될 수 있다.

FIU는 금융범죄 수법이 고도화되고 의심거래보고가 계속 늘면서 심사분석시스템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기로 했다. AI 기반의 심사분석시스템으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FIU는 “보고되는 의심거래보고 건수가 매주 약 3만건에 달하고 있으며 정보분석팀의 분석관들에게 1인당 매주 4000건씩 데이터가 할당되고 있다”며 “이 방대한 데이터는 신속하고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분석체계와 도구로는 이러한 수요를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AI를 통해 다변화하는 혐의유형을 빠르게 식별해 신종자금세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래프 기반 분석기법을 도입, 주요 혐의자의 연결 패턴을 시각화해 분석의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또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보고서 작성 자동화와 핵심 키워드 도출을 통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일관된 보고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FIU는 “분석관이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의심거래보고 데이터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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