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급락에 미국 대학들 줄줄이 폐교
학령인구 절벽 현실로 닥쳐
지역·명문대 따라 폐교 격차
미국의 출산율 하락이 고등교육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구조적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원 미달과 재정 악화를 버티지 못한 대학들이 잇따라 폐교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대학 생존을 위협하는 인구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2025년 들어 트리니티 크리스천 칼리지, 시에나 하이츠 대학교, 스털링 칼리지 등이 잇따라 폐교를 결정했다. 이들 대학은 올봄 마지막 졸업식을 치른 뒤 문을 닫는다. 재학생 상당수는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고, 교수와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앞서 뉴욕주 소도시에 있던 카제노비아 칼리지도 2023년 문을 닫았다. 남북전쟁과 대공황을 버텨온 학교였다.
문제의 근원은 인구 구조다. 미국의 출산율은 1950년대 이후 장기 하락세를 보였고,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잠시 반등했을 뿐 다시 급락했다. 이 여파로 2025년 이후 대학 진학 연령대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해마다 신입생 규모가 더 작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칼턴 칼리지의 경제학자 네이선 그로는 "한두 해의 감소가 아니라 지속적인 축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2020년 이후 폐교를 예고하거나 단행한 대학은 40곳이 넘는다. 휴런 컨설팅 그룹은 향후 10년간 최대 400개 대학이 문을 닫거나 통합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과정에서 약 60만 명의 학생이 영향을 받고, 약 180억달러 규모의 기금이 재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 채권 투자자들도 손실을 입고 있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손실률이 50%를 넘었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 간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일부 공립대는 에세이와 추천서를 생략한 간소화 입학 제도를 도입했고, 캘리포니아 주립대는 고교 재학 중인 학생에게 조건부 입학 가능성을 알리는 방식까지 활용하고 있다. 반면 소규모 사립대는 대학원 과정 신설이나 스포츠팀 확대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역별로는 격차가 크다. 일리노이·캘리포니아·뉴욕·펜실베이니아·미시간 5개 주가 감소분의 75%를 차지한다. 남부는 예외적으로 2041년까지 고교 졸업생 수가 약 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학생 유치는 한때 해법으로 여겨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발급 지연과 강경한 이민 정책을 시행하면서 효과가 약화됐다. 지난해 가을 국제학생 수는 약 5000명 줄었다.
명문대와 소규모 대학 간 양극화도 뚜렷하다. 아이비리그 등 최상위 대학은 높은 경쟁률과 막대한 기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반면, 지방 소규모 대학과 지역 공립 캠퍼스는 존폐 기로에 서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는 지역 캠퍼스 중 7곳을 2027년 이후 폐쇄할 계획이다.
다만 미시간주의 애드리언 칼리지는 스포츠와 신설 전공에 투자해 재학생 수를 1700명대로 늘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학교육이 수요와 공급의 재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본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