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체계 전면 개편…금융이력 부족해도 점수 향상 기회

2026-01-20 13:00:01 게재

노년층·청년·주부 등 1239만명 점수 낮아 ‘비금융정보 발굴·활용’

소상공인 평가 ‘담보·개인 중심’→‘리스크 및 미래사업성’ 복합평가

‘신용평가체계 개편 TF’ 첫 회의 … 권대영 “포용금융 위한 출발점”

금융당국이 2003년 신용등급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3년 만에 신용평가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전면 개편에 착수했다. 이재명 정부가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 문턱 완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이후 금융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소상공인 신용평가모형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일 금융위는 서울 여의도 나이스평가정보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신용평가체계 개편TF’ 첫 회의를 개최했다.

권 부위원장은 “저신용자라는 이유로 가혹한 장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국민이라면 언제나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포용금융을 위한 여러 시도들이 일회성의 형식적인 지원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제도개선과 시스템의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출발점은 신용평가 시스템의 개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두 번의 실수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민들도, 성실하게 금융 이력을 쌓아 나간다면 금리와 한도가 좋아지고, 더 나아가 제도권 금융에 다시 안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F 논의과제는 △개인·대안신용평가체계 개편 △대안신용평가 활성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고도화 △디지털기술 활용(인공지능 등) 신용평가·관리 내실화 등 크게 4가지다.

◆‘금융권 정보 중심’ 기존 평가, 공정성 문제 = 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최 척 부장은 이날 개인신용평가체계 현황과 최근 이슈에 대해 발표했다. KCB 신용평가 현황에 따르면 평가대상 국민 5030만명 중 신용거래정보 부족으로 분류된 인원은 1239만명으로 24.6%에 달한다. 2024년말 기준 신용거래정보 부족 소비자는 시니어(61세 이상)가 387만명(31.3%)으로 가장 많고, 청년(18~34세) 331만명(26.8%), 주부 271만명(21.9%), 외국인 123만명(10.0%) 순이다.

이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청년 734점, 외국인 722점, 주부 704점, 시니어 697점으로 중위수준(650~800점)의 신용점수를 부여받고 있다. 3년 이내 신용카드 또는 대출 거래를 하지 않아서 상위 점수 산출에 필요한 신용거래 후 상환실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신용평가영역별 반영 비중은 상환이력(연체) 21%, 부채수준 24%, 신용거래기간 9%, 신용거래형태 38%, 비금융·마이데이터 8%로 돼 있다.

최 부장은 “신용거래정보부족자를 포용할 수 있는 평가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 개인신용평가모형에서 통신·공공요금 납부내역 등 일부 비금융·마이데이터 정보를 제한적으로 수집·활용해 신용평가에 반영하고 있으나 데이터 분석의 한계, 정보 제공기관의 협조 문제 등으로 추가적인 비금융정보의 발굴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정보, 불이익 정보 위주의 획일적 기준에 따른 개인신용평가 체계로 인해 다양한 정보의 균형 있는 활용이 부족하다”며 공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금융·비정형정보가 크게 확대됐지만 금융권 정보 중심의 기존 평가체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소비자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가 신용평가에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중·저신용자의 금융접근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신용평점 900점대 이상 고신용평점자 수가 2024년말 2216만명, 전체 대상자의 44.3%를 차지할 만큼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개인신용평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평가기준 조정과 평가모형 재개발도 검토될 예정이다.

◆금융정보 부족한 소상공인, 자금공급에 어려움 = 개인사업자(소상공인) 역시 금융정보 부족으로 인해 자금을 공급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사업자 중 법인 사업자는 12.7%, 개인사업자는 87.3%를 차지하고 있다.

김필수 신용정보원 부장은 “‘담보·개인’ 특성 중심의 전통적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체계는 금융정보 의존도가 높고 리스크 관점의 평가가 이뤄지고 있어 사업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KCB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구성을 보면 △상환이력 35.8% △개인대출정보 21.5% △개인카드정보 22.5% △사업자대출정보 11.7% △사업자개요 8.6% 등이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를 사업장(기업)과 관련한 정보 보다는 주로 대표자 개인의 신용에 기반해 금융정보 위주로 평가되고 있다.

김 부장은 “개인사업자의 비금융 데이터를 적시에 활용해 리스크와 미래 사업성을 복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업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서비스업 등 업종별 특성 반영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금융위는 산재된 소상공인의 금융·비금융·비정형정보를 통합 집중·관리해 금융권에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SDB)를 구축하고, 금융정보 외에 미래 성장성, 영업의 안정성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소상공인 신용평가모형(SCB)을 개발·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금 납부정보(국세청), 카드매출(카드사), 상권 유동인구(통신사), 리뷰평점(e커머스) 등의 정보를 활용할 예정이다.

◆전통 신용평가 한계, 대안신용평가 확대 = 구본혁 NICE평가정보 실장은 “전통적 신용평가가 ‘얼마나 돈을 잘 빌리고 갚았는가’에 초점을 맞춘 반면 대안신용평가는 ‘일상 생활을 얼마나 성실하게 영위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신용평가에서는 금융이력이 부족하면 대출 거절 등 금융소외 현상이 벌어지는 한계가 있지만 대안신용평가를 확대해서 비금융데이터로 성실 납부 패턴을 입증할 경우 제도권 금융 진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구 실장은 “‘포용적 금융’ 실현을 위해 대안신용평가가 필요하지만 실무에서는 데이터 분석, 동의 절차, 시스템 운영, 정보 활용 등 4대 장벽으로 병목현상에 직면해있다”고 평가했다. 관계기관 협조가 필요한 데이터 수집이 쉽지 않고, 가명처리와 데이터 결합에 상당한 시간과 인적 자원이 소요되는 문제, 2금융권의 낮은 활용도로 인해 대안정보 등에 추가 비용을 투자할 유인 부족 등이 지적되고 있다.

금융위는 “양질의 대안정보 수집·활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모형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결합·분석 절차를 개선하겠다”며 “금융권의 대안신용평가모형 활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및 인센티브 마련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믿음의 척도가 신용평가라면 단순히 연체율을 수치화하는데 그쳐서는 안될 것”이라며 “정교하고 과학적인 신용평가체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발굴해 금융의 문턱을 낮춰, 높은 장벽이 아닌 튼튼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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