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청년일자리 정책 ‘정상화’가 먼저다
청년실업 문제가 최악상황을 치닫고 있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이 6.1%로 전년 대비 0.2%p 치솟았다. ‘코로나 비상 시기’였던 2022년 6.4% 이후 최고치다. 청년층만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이 떨어지고 있어서 더 걱정스럽다. 지난달 전체 경제활동인구(15~64세)의 고용률은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69.6%)였는데 청년층 고용률만 44.3%로 전년 동월보다 0.4%p 뒷걸음질 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2026년 경제성장 전략’ 대국민 보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청년 고용절벽은 국가적 위기”라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한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있는 청년이 40만명을 넘는다며 “국가 성장과 기업 이익이 청년 일자리 기회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고 했다. 보고회에 참석한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기존 틀에 얽매이지 말고 신속히 대응해 실효성 있는 대응을 가동해달라”는 지시도 내렸다.
시행되고 있는 청년정책은 3000개, 실효성은 의문
이에 따라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물론 다른 행정부처들도 ‘청년일자리 지원 대책 추가 발굴’에 비상을 걸었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추가 대책을 발굴하고 시행하느라 국민 혈세만 더 낭비하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관련 정책만도 3000개에 달해서다. 정부가 운영하는 청년 정책·취업 사이트 ‘온통청년(https://www.youthcenter.go.kr/)’에 들어가 보면 중앙 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청년 정책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청년 일 경험 사업, 청년 도전 지원 사업, 국민 취업 지원제도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먹구구·임기응변식으로 정책을 급조한 결과다. 비슷한 정책을 이름만 바꿔 반복하거나 일회성 현금 지원에 그치면서 예산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프로그램이 가동되는데도 청년일자리가 되레 줄어드는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들 가운데 예전의 활력을 잃은 곳이 많아지면서 사업을 접거나 보다 나은 경영환경을 찾아 사업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곳이 늘어나는데, 이들 기업을 대체할 새롭고 젊은 기업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기업생태계 활력 저하로 일자리가 쪼그라들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은 기성세대 일자리를 지켜주는 쪽으로 치우쳐 있다. 현재 60세인 정년을 65세로 일률 연장하기로 한 게 단적인 사례다.
무조건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퇴직 후 재고용’ 방식으로 유연성을 높인 일본 등의 사례가 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기존 취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책을 고집했다. 이유는 뻔하다. 그들의 ‘표’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정년이 일률 연장된 기간만큼 기업들의 신규채용이 늦춰지게 되는 건 뻔한 귀결이다. 청년들의 취업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청년 고용절벽의 가장 큰 원인
간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4일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개별 업무능력과 관계없이 근무연차에 따라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연공서열 급여체계로 인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과중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신규 채용여력이 고갈되고 있으며, 청년들의 구직의욕을 꺾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근속연수 1년 증가에 따른 임금상승률은 2.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평균(0.71%)의 세 배에 육박했다. 미국(0.89%)과 일본(1.03%), 독일(1.08%) 등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서도 두 배 안팎 높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구조가 노동시장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고, 이것이야말로 청년 고용절벽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업들이 청년 신규채용을 꺼리는 배경에 (고용유연성을 저해하는) 노조 이슈가 있다”며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적이 있다. 어떤 식으로건 노조를 설득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내는 게 시급한 과제다. ‘청년 고용절벽’의 근본원인을 방치한 채 내놓는 어떤 대책도 ‘특단’일 수 없다.
이학영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