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채 피해자단체 “MBK DIP, 약탈 구조”

2026-01-20 13:00:22 게재

“최우선 변제로 피해자 손실 고착” … 불완전판매 논란도 쟁점 등장

홈플러스 물품구매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피해자 단체가 MBK파트너스의 DIP(회생기업 긴급 운영자금) 1000억원 투입을 두고 “회생이 아니라 약탈에 가깝다”며 회생계획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0일 성명을 내고 “MBK의 DIP 대출은 애초부터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라며 “회생 가능성과 현금흐름 회복이 전제돼야 승인되는 자금을, 매출 급감과 고객 이탈, 협력업체 공급 중단으로 정상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치 구명줄처럼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DIP 구조 자체가 피해자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DIP는 회생 절차에서 가장 먼저 돌려받는 돈이다. 회생이 실패하거나 회사가 청산될 경우 남은 자산은 DIP부터 변제된다. 비대위는 “이 구조에서는 전단채 피해자 같은 후순위 채권자는 사실상 돌려받을 길이 없다”며 “회사를 살리기 위한 자금이 아니라 피해자 몫을 먼저 가져가는 장치”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도 문제로 들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요약표에 따르면 이전에 빌린 600억원 규모의 DIP는 회생 2차년도에 원리금 약 612억원을 가장 먼저 갚도록 설계돼 있다. 비대위는 “회생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DIP는 손실이 없고, 그 부담은 뒤에 있는 채권자에게 떠넘겨진다는 점이 이미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계획된 3000억원 규모의 신규 DIP도 비판 대상이다. 이 가운데 MBK가 1000억원을 운영비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비대위는 “사재를 내놓는 것도 아니고, 실제 현금을 투입하는 것도 아닌 말뿐인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선순위 채권자들이 담보를 잡은 점포 자산의 남은 몫까지 다시 빚으로 묶겠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이렇게 되면 MBK는 실패해도 손실을 피하고, 위험은 다시 전단채 피해자에게 돌아간다”며 “피해자 돈으로 회사를 버티게 하면서, 그 위에서 안전하게 돈을 회수하는 구조는 약탈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DIP를 하기 전에 최소한 같은 금액 이상의 사재 출연으로 책임을 먼저 보여야 한다”며 “출자전환이나 감액, 신규 자금 투입, 김병주의 책임 분담이 회생계획에 담기지 않으면 이번 DIP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대위 관계자들이 ‘MBK파트너스·김병주 엄중 제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한편 MBK 구속영장 기각 이후 전단채 불완전판매 의혹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려워지자, 일부 투자자들은 판매 증권사가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안전한 채권이라고만 들었다” “PB가 동의 없이 서류를 처리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비대위는 “불완전판매 문제는 별도의 쟁점”이라며 “DIP 중심 회생계획이 유지되는 한 피해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회생은 특정 주체만 먼저 보호받는 구명보트가 아니다. 대주주만 먼저 타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회생이 아니라 사기”라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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