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 “70년 한미동맹 중대 전환점”

2026-01-26 13:00:06 게재

미 국방전략, 구조전환 예고

주한미군 역내 역할 축소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이 한미동맹의 구조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대북 억제전략의 중심축을 한국으로 옮기고 자신은 보다 선택적이고 제한적인 방식으로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70년 한미동맹의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한반도 안보 구도 전반의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임스 김 한국프로그램국장은 25일 배포한 분석자료에서 “이번 전략은 한국의 군사적 책임 확대와 미국의 역내 역할 축소라는 비대칭적 동맹 구도를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NDS는 한국이 강력한 군사력, 높은 국방 지출, 방위산업 역량, 의무징병제 등을 통해 대북 억제의 주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동시에 미국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더 제한적인 지원(important but more limited support)”으로 규정됐다. 기존의 긴밀한 상호의존적 동맹에서 한국이 보다 자립적인 안보 주체로 전환하는 방향이다.

전략에는 ‘대북 억제 책임 재조정(rebalancing)’이 주한미군의 태세 변화와 연결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문구도 포함됐다. 미군의 전력 배치, 임무 수행 방식, 주둔 목적 등에서의 구조 조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국장은 “새로운 군사적 태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는 미지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반도 안보 전략의 근본적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동맹의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김 국장은 대표 사례로 전시작전통제권(OPCON) 전환을 지목했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지휘권 이양을 넘어 한국군이 대북 억제의 중심이 되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번 NDS의 내용과 결합될 경우 지휘체계뿐 아니라 작전 운영, 연합훈련 방식, 전략계획 수립 전반에서 한국의 주도권이 확대될 수 있다.

이번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는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 변화 때문이다. 김 국장은 “NDS는 미국이 서반구 안보를 우선시하면서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직접적 개입을 줄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유지해 온 ‘현장 주둔-즉각 개입’ 전략을 축소하고 동맹국에게 더 많은 비용과 위험을 분담시키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주한미군의 규모, 임무, 운영 범위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NDS가 강조한 또 하나의 축은 ‘국내 방위산업 기반의 재활성화’다. 김 국장은 이 점을 한국의 기회로 평가했다. 세계 10위권 무기 수출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방위산업 협력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으며, 이는 병력과 기지 중심이 아닌 공급망, 공동생산, 탄약, 정비, 기술협력 중심의 새로운 동맹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단순한 전력 제공자를 넘어 생산기지이자 안보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미동맹의 성격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국 본토와 중남미 등 서반구 안보 확보에 집중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상대가 공격을 단념하도록 만드는 억제 전략으로 직접 개입보다 동맹국의 자주적 방위 역량을 중시한다.

김 국장은 “한국도 이제 다른 동맹국들과 마찬가지로 자국 안보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요구받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병력 중심에서 전략·산업·외교 전반으로 확장된 새로운 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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