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자체상표(PB) 구조’ 점검에 유통업계 긴장

2026-01-26 13:00:41 게재

인기상품 가로채기 의혹 핵심 쟁점 … 유통·플랫폼 전반 거래 구조로 논의 확산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현장 조사가 이어지면서 자체상표(PB)를 둘러싼 거래 구조가 유통·플랫폼 업계 전반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 입점업체의 인기 상품이 PB나 직매입 상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특정 기업의 개별 위법 여부를 넘어 대형 유통사와 플랫폼 기업 전반의 PB 운영 방식과 거래 질서를 점검하는 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 플랫폼 사업자 본사에서 시작한 현장 조사를 3주째 이어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공정위는 입점업체와의 계약 구조, 상품 전환 경위, 검색·추천 등 노출 방식 전반을 폭넓게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핵심 쟁점은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제기된 이른바 ‘인기 상품 전환’ 문제다. 입점업체의 판매 데이터와 소비자 반응을 토대로 잘 팔리는 상품을 자체상표로 출시하거나, 마진율이 높은 직매입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입점업체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사례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PB 운영 자체는 공정거래법상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다만 중개자이자 경쟁자인 지위에서 거래 상대방의 선택을 사실상 제한했는지, 노출·추천 구조가 특정 상품에 구조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됐는지가 판단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판매 데이터와 소비자 반응을 PB 기획에 활용하더라도, 그 결과가 경쟁을 왜곡하거나 특정 사업자의 영업 활동을 현저히 제한했다면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은 특정 플랫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오픈마켓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구조적 쟁점으로 평가된다. 대형마트에서는 PB 확대 과정에서 납품업체와의 진열·판촉 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져 왔다. 온라인몰과 플랫폼에서는 검색·추천 알고리즘과 노출 구조의 공정성이 주요 논점으로 떠올랐다. 배달과 콘텐츠 등 서비스 영역에서도 중개 기능과 자체 상품 운영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해외에서도 플랫폼의 PB와 유사한 ‘자기 상품 우대’ 행위는 주요 규제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대형 플랫폼이 검색·추천 등 핵심 서비스에서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전자상거래와 앱스토어, 콘텐츠 플랫폼을 중심으로 집행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포괄적 사전 규제보다는 반독점법에 따른 사후 규제가 중심이지만, 아마존의 자체 브랜드 상품 운영과 검색 노출 구조를 둘러싸고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정부가 경쟁 제한 여부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판단이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도 PB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플랫폼이 중개자이자 경쟁자로서 시장의 규칙과 경쟁 결과를 동시에 좌우했는지 여부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논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과거에도 자체상표 상품의 노출 방식을 문제 삼아 제재가 이뤄진 사례가 있다. 공정위는 2024년 한 플랫폼 사업자가 PB 상품의 노출 순위를 인위적으로 높였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PB 상품의 기획과 노출, 판매 구조 전반이 다시 점검 대상에 오르면서 추가적인 법적 검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대형 유통사와 플랫폼 사업자가 동시에 중개자이자 경쟁자로 기능하는 구조에서 PB 운영의 기준선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가를 시험대로 평가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PB 자체보다도 상품 전환 과정에서 거래 지속을 전제로 한 압박이 있었는지, 노출 구조가 공정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이 문제는 특정 기업을 넘어 유통·플랫폼 산업 전반의 거래 질서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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