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비상장주식 담보 대출 회수 지연
셀다운 구조·투자자 보호 쟁점 부상 … SK증권 “법규·내규 준수한 적법 절차 따라”
SK증권이 비상장사 주식을 담보로 무궁화신탁 오너인 오창석 회장에게 1500억원대 대출을 집행한 뒤 회수가 지연되면서, 대출 구조와 리스크 관리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대출이 기관과 개인 투자자에게 재판매(셀다운)된 사실도 확인되며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된다. SK증권은 이에 대해 “법규와 내규를 준수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외부 평가를 토대로 집행된 대출”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2023년 6월 무궁화신탁 경영권 지분을 담보로 오 회장에게 총 1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주선했고, 이 가운데 869억원을 직접 집행했다. 이후 이 대출을 구조화해 기관과 개인 투자자에게 약 440억원을 재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보는 오 회장이 보유한 무궁화신탁 지분 50%+1주였다.
무궁화신탁은 같은 해 11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들어갔고, 이후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 명령을 받았다. 대출 만기가 지난 이후에도 회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채무불이행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비상장사 주식은 시장 유동성이 낮아 반대매매가 어렵고, 이로 인해 채권 회수도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SK증권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투자금의 약 30%인 132억원을 가지급금 형태로 지원했고, 지난해 말까지 해당 대출금의 80% 이상을 충당금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무궁화신탁 경영권 매각을 통한 회수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 인수자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출 실행 당시 무궁화신탁의 재무 상태도 안정적이었다는 것이 SK증권측 설명이다. SK증권은 “1차 대출은 2019년에 실행돼 2개월 만에 전액 조기상환됐고, 2차 대출이 이뤄진 2021년에는 영업수익 업계 8위, 영업이익 232억원, 당기순이익 307억원을 기록했다”며 “2022년에도 매출액 1486억원, 당기순이익 374억원, NCR 473%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당시 신탁업 전반이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던 시기였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담보 가치 산정과 관련해서도 SK증권은 “자체 평가가 아니라 국내 대형 회계법인과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보수적으로 산정했다”며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를 전제로 리스크 관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비상장사 경영권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을 구조화해 재판매하는 경우, 담보 유동성 위험이 투자자에게 어떻게 이전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허용된 구조라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가 참여한 경우에는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이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개별 증권사의 판단을 넘어, 비상장주식 담보 대출과 셀다운 관행 전반에서 리스크 관리와 금융소비자 보호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점검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출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 이전 구조와 사전 설명의 적정성이 향후 주요 판단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