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교육 사다리’ 복원 실험
전국사다리교사단, 취약계층 학생 위한 제도 개선 논의 확산
“아이들에게 사다리는 이미 있다. 다만,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을 뿐이다.”
전국사다리교사단은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현장 교사들의 연대다. 사교육 정보와 입시 컨설팅에 접근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제도 자체를 몰라 기회를 포기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교사들이 공교육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조직적으로 확장해 왔다.
전국사다리교사단은 사단법인 밥일꿈이 추진해 온 교육 사다리 복원 사업의 핵심 주체로 전국 각지의 고등학교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교사단의 활동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기회균형전형과 교육복지·장학 제도를 학생 개인의 조건에 맞게 연결하는 진학 상담이다. KB금융의 후원으로 진행 중인 ‘KB드림웨이브 2030’ 사업에서는 전국 90명의 교사가 매년 약 250명의 취약계층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학 컨설팅을 맡고 있다. 1회성 지원이 아니라 학생 1인당 연간 3회 이상 상담을 이어가며 ‘학교 밖 담임 교사’ 역할을 5년째 수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IBK기업은행의 후원으로 대구와 부산에서는 지역별 여건에 맞춘 독자적 지원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둘째는 현장 데이터를 축적·분석하는 작업이다. 교사단은 입시 결과와 선발 구조, 전형 운영 방식 등을 교사 네트워크 차원에서 정리해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왜곡되거나 작동하지 않는지를 분석해 왔다. 이 자료들은 최근 국회 정책토론회 등 공론장에서 제도 개선 논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셋째는 정책 제안이다. 교사단은 교실에서 축적된 사례와 데이터를 토대로 교육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구조적 개선 방향을 제시해 왔다. 특정 집단의 이해를 관철하기보다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도록 설계를 점검하자는 문제 제기에 가깝다.
이 같은 활동은 제도를 바꾸기 이전에,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지점을 정확히 드러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교사단은 입시 구조의 문제를 학생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학교 책임으로 환원하지 않고 제도 설계와 정보 전달 방식, 접근성의 격차라는 구조적 문제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교육 사다리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게 된 사다리를 다시 드러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문제 제기는 교육 정책 논의의 결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규태 전국사다리교사단 단장은 “우리는 제도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들고 싶다”며 “현장에서 확인된 문제를 차분히 드러내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