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직폭행죄 손질’ 국회서 공식 제기
‘독직폭행죄 입법 재설계’ 토론회
‘정당한 물리력까지 처벌’ 가능성
기준·형벌 체계 재설계 한 목소리
수사기관의 물리력 행사 기준이 불명확해 현장 혼란과 법 적용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형법상 독직폭행죄가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까지 위축시키고 있어 적용 범위와 형벌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2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물리력 행사 한계와 독직폭행죄의 입법 재설계’ 정책토론회에서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현장경찰관연구모임, 공익법인 한국경찰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훈 교수(조선대)는 현행 독직폭행죄의 가장 큰 문제로 ‘인신구속 직무’ 개념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체포·구속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불심검문이나 범죄 예방, 공무집행 항거 제지 과정에서의 물리력 행사까지 독직폭행죄로 처벌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구조가 경찰관의 합리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시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판례에 따라 교정시설·외국인 보호시설·보호관찰 과정 등 실질적으로 신체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소속 기관이나 사법경찰관리 지정 여부에 따라 독직폭행죄 적용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결과적으로 독직폭행죄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만을 선별적으로 가중처벌하는 조항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대안으로 독직폭행죄를 폐지하고, 경찰·교정·출입국관리 등 물리력 행사 권한을 가진 모든 공무원을 포괄하는 가칭 ‘직권남용 과잉물리력행사죄’ 신설을 제안했다. 고의적이고 불필요한 물리력 행사만을 명확히 처벌하고, 직무상 불가피한 제압 행위와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 민권법 제242조 등 해외 입법례도 참고 사례로 제시됐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최선우 광주대 교수는 독직폭행죄의 양형 체계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독직폭행죄에는 벌금형 규정이 없어 기소 자체가 경찰관 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실제 재판에서는 선고유예 등으로 일반 폭행죄보다 처벌이 가벼워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형벌 체계의 정합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독직폭행죄가 과거 권위주의 시절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치안 환경과 법 집행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고의적 가혹행위는 엄정히 처벌하되, 정당한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력 행사까지 형사책임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참석자들은 또 인권 보호와 공권력 행사를 이분법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 기준 설정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물리력 행사 요건과 처벌 기준을 명확히 정비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권력 남용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