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줄인상에 대학·학생 갈등 확산
사립대 중 인상 결정 비중 30% 넘어
학생들 “정부 책임 빠진 인상” 비판
2026학년도 등록금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대학과 학생 간 갈등이 전국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다.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등록금 인상 대학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파행을 빚으며 충돌 양상도 격화되고 있다.
29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올해 등록금 인상을 확정한 대학(27일 현재)은 전체 4년제 대학 190개교 가운데 51개교(26.8%)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립대학은 48개교로 전체 사립대의 31.8%에 달했다. 국공립대학 중 등록금 인상 대학은 3개교였다.
등록금 인상률은 2.51~3.00% 구간이 23개교로 가장 많았고 3.01~3.18% 구간이 12개교였다. 법정 상한선인 3.19%까지 인상한 대학도 5개교로 나타났다. 93개교(48.9%)가 아직 인상 여부를 논의 중이라 인상 대학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대학 현장에서는 학생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화여대는 최근 제2차 등심위를 열었으나 학부 등록금 2.95% 인상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대학측이 인상 원안을 유지한 가운데 학생 대표들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인상안을 고수한 대학측이 장시간 대치했다”며 “필요 재원을 학생 부담으로만 충당하겠다는 방식은 책임 전가”라고 비판했다.
연세대에서도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대학측은 당초 법정 상한선인 3.19% 인상안을 제시했다가 최근 2.6%로 낮춘 수정안을 내놨지만, 학생기구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등록금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응답자의 90% 이상이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미 고려대는 학부 등록금을 전년 대비 2.9%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며, 성균관대·서강대·국민대 등도 등록금 인상을 확정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2026학년도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선 3.19%에 근접한 인상률이 다수 대학에 적용된 셈이다.
대학들은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재정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인건비·공공요금·실험·실습비 상승을 감안하면 일정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학생들은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은 사실상 부담을 학생에게 전가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장학금 확충이나 재정 구조 개선 논의 없이 등록금 인상부터 추진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총협은 등록금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책임 부족을 지목했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처장은 “등록금 문제는 대학과 학생 간 갈등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사립대학에 의존하면서도 정부가 재정 책임을 충분히 지지 않은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는 정부 지원이 물가 인상률을 웃돈다”며 “이 같은 조건에서의 등록금 동결은 사립대의 동결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는 “등록금 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긴 현행 제도와 등심위 운영 구조에서는 학생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고등교육 재정 확대와 심의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