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로저스 쿠팡 대표 오늘 소환

2026-01-30 13:00:03 게재

‘셀프 조사’ 증거인멸 의혹 분수령 … 유출 축소·출국 논란 수사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경찰에 출석해 첫 피의자 조사를 받는다.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쿠팡이 진행한 이른바 ‘셀프 조사’가 증거인멸이나 수사 방해에 해당하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로저스 대표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 혐의로 직접 조사를 받는 만큼 수사의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후 로저스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로저스 대표는 조사에 앞서 서울경찰청 청사 포토라인에 설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이 자체 포렌식 조사를 진행하고 지난달 25일 “실제 저장된 개인정보는 3000건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외부에 발표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자체 조사와 결과 공개가 수사기관과의 협의 없이 이뤄졌는지와 핵심 증거 확보와 분석에 혼선을 초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특히 유출 피의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 전 직원 접촉과 정보 유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북 등 장비 회수 경위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쿠팡은 당시 “정부 기관의 지시에 따라 조사에 협력했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유출 규모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계정 기준 3000만건 이상이다. 이는 쿠팡이 외부 저장장치에 담긴 3000여개 계정을 근거로 설명한 수치와 큰 차이를 보인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와 자체 조사 발표 사이의 불일치가 고의적 판단이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로저스 대표가 앞서 국회 청문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대응과 자체 조사 과정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만큼 출석 과정에서의 발언도 주목된다. 당시 로저스 대표는 쿠팡의 대응이 “법과 절차에 부합한다”고 강조하며 각종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답변하는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일각에서는 쿠팡을 둘러싼 제재와 수사 움직임이 한미 통상 현안으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에 미국 기업인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와 수사기관의 조치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 한국 법인 지분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Inc가 100% 보유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번 수사가 통상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과 수사 방해 여부는 국내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며 “외교·통상적 고려와는 별개로 사실관계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로저스 대표의 출국과 소환 불응 논란도 조사 대상이다. 로저스 대표는 이달 1일 출장을 이유로 출국한 후 경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도피성 출국’ 논란을 빚었다. 경찰은 세 차례 출국정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자진 입국과 출석 의사를 이유로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3차 소환 통보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통상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체포영장 검토를 시사했다. 이번 출석을 두고 신병 처리 가능성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은 ‘셀프 조사’ 논란 외에도 개인정보 유출, 자료보관 명령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 모두 7개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핵심 피의자인 중국 국적 전 직원에 대해서는 인터폴을 통한 국제 공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신병 확보에는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편 경찰 수사는 쿠팡 경영진을 넘어 정치권 연계 의혹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전날 쿠팡 송파 본사와 서초구 사회공헌위원회를 압수수색해 인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는 김병기 무소속 의원이 쿠팡 전 대표와의 식사 이후, 쿠팡에 취업한 전 보좌진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강제수사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 진술과 압수수색 자료를 종합해 추가 소환이나 신병 처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쿠팡 사태는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대기업의 수사 대응 방식과 책임 구조 전반을 묻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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