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청소용역 ‘노조 파괴’ 항소심도 유죄
법원 ‘병원·업체 간 공모’ 인정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세브란스병원 사무국장과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항소1부(반정우 부장판사)는 전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세브란스병원 사무국장 권 모씨와 청소 용역업체 태가비엠 관계자, 태가비엠 법인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2024년 2월 권씨와 태가비엠 법인, 관계자들에게 벌금 200만~1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검찰이 주장한 양형 부당 사유는 1심에서 이미 충분히 고려됐다”며 “형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16년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140여명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자 병원과 용역업체가 노조 설립과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병원과 태가비엠이 노조 설립 동향을 파악하고 발대식 저지와 노조 탈퇴 종용과 근무 재배치 압박 등의 대책을 함께 수립·실행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병원과 용역업체 간 공모 관계를 다시 한 번 인정했다. 재판부는 “세브란스병원측과 태가비엠측 사이에 노조 설립 저지와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고, 관련 문건이 병원과 업체 차원에서 작성돼 보고·공유됐다”며 “이후 문건에 기재된 조치들이 현장 관리자들을 통해 실행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들이 직접적인 실행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문건 공유와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이상 공동정범으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태가비엠측이 “일부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형이 무겁다고 주장한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 이후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을 비판했다. 노조측은 유죄 판단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벌금형에 그친 양형과 사건 처리 지연으로 피해가 장기화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병원과 용역업체가 현재도 청소 용역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며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