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1월 무역적자 568억달러로 대폭 확대
‘관세발 수입 쏠림’ 변동성↑
AI투자 관련 수입도 겹쳐
통계 변동성과 왜곡 심화
미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무역통계에서 2025년 11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568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292억달러 적자에서 276억달러 증가한 수치로 증가율은 94.6%에 달한다. 적자 규모는 지난해 7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시장 예상도 크게 웃돌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는 429억달러 적자였다.
이번 급증은 10월 수치가 지나치게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성격이 강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10월 292억달러로 급감했다. 이는 2009년 6월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례적인 감소 뒤에는 관세를 둘러싼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해 10월 1일부터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기업들은 관세 시행 이전인 9월까지 의약품과 관련 원자재 수입을 앞당겼다. 그 결과 10월에는 해당 품목 수입이 급감했고 무역적자도 일시 축소됐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약값 인하에 동의하면서 100% 관세는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았다. 정책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10월의 급감 이후 11월에는 억눌렸던 수입이 다시 늘어나는 반작용이 나타났다.
이처럼 ‘관세 예고 → 선행 수입 → 한 달 뒤 반전’이라는 패턴이 반복되며 무역수지는 실물 경기 흐름보다 정책 심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월 무역적자 확대는 수출 감소와 수입 증가가 동시에 발생한 결과다. 11월 수출은 2921억달러로 전월 대비 109억달러 감소했다. 감소율은 3.6%다.
수입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11월 수입은 3489억달러로 전월 대비 168억달러 늘었다. 증가율은 5.0%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 확대가 수입 구조를 끌어올렸다. 컴퓨터 수입은 66억달러 증가했고 반도체 수입도 20억달러 늘었다. 서버와 주변기기를 포함한 컴퓨터 액세서리 수입 역시 30억달러 증가했다. 여기에 10월에 급감했던 의약품 조제용 물질 수입이 11월 들어 67억달러 늘며 적자 확대를 부추겼다.
수치는 다소 복합적이다. 2024년 11월 미국의 무역적자는 651억달러였다. 이에 비해 2025년 11월 적자 568억달러는 오히려 축소된 수준이다. 다만 연초부터의 누적 흐름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시행 가능성을 앞두고 기업들이 1~3월 재고 축적에 나서며 수입을 급증시킨 영향으로 2025년 1~11월 누적 무역적자는 8395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의 8066억달러보다 확대된 수치다.
국가별 무역적자를 보면 미국의 수입 의존 구조가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11월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는 멕시코가 178억달러로 가장 컸다. 베트남은 162억달러, 대만은 156억달러, 중국은 147억달러, 유럽연합은 145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베트남과 대만이 상위권에 오른 점은 대중 견제 국면 속에서 미국의 제조업 및 정보기술(IT) 관련 수입이 중국에서 동남아와 대만으로 분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통계는 관세가 단순히 가격과 교역량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물류와 재고 전략을 월 단위로 흔들며 무역지표의 변동성 자체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의약품 사례처럼 관세 부과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예고만으로 선행 수입과 이후 반작용이 반복될 경우 무역수지는 경기 판단 지표로서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