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비둘기처럼 말했지만 ‘QE엔 강경’
과거 양적완화 비판 재조명 연준·백악관 충돌의 불씨 장기금리 상승속 노선 시험대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워시 전 이사의 복귀가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불러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워시를 지명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단기 기준금리보다 연준이 보유한 약6조6000억달러 규모의 자산, 즉 양적완화(QE)의 ‘후유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워시는 연준의 자산 매입이 장기간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춰 금융시장의 위험 추구를 부추기고, 정부의 재정 확대를 용인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연준의 역할이 지나치게 확대된 상태를 ‘통화 지배’로 표현하며,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런 시각은 장기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자산을 줄일 경우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를 수 있으며, 이는 행정부가 원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와는 반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워시 지명 이후 금융시장의 반응에 주목했다. 지난달 31일자 FT 보도에 따르면 워시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장기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더 이상 국채의 핵심 매수자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워시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로 재직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 참여했지만, 이후 연준의 대규모 자산 매입 정책에 대해 점차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FT에 따르면 그는 연준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대규모로 사들이며 경제 전반에 중앙은행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확대했다고 주장해왔다. 연준 자산 규모는 한때 9조달러에 육박했다.
다만 이런 정책 기조가 실제로 구현될지는 불확실하다.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위치에 불과하며, 대차대조표 축소와 같은 사안은 위원들 간 합의가 필수적이다. 블룸버그는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는 현행 체제를 선호하는 위원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워시의 기조를 지지하는 발언도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케빈 해셋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가능한 한 가볍게 유지돼야 한다”며, 워시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 금리 인하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낮추는 데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반면 워시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재정 정책은 재무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해왔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연준의 정책 방향을 둘러싼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워시의 최근 발언만으로 그를 전형적인 비둘기파로 규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과거 양적완화에 대한 강경한 비판 전력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워시의 통화정책 철학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 그리고 그것이 연준의 향후 정책 노선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