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기업 믿고 리스크 관리 소홀”

2026-02-03 13:00:37 게재

감사원, 2400만달러 손실 무역보험공사에 ‘주의’

정기감사 결과 … 임금체불기업 보증했다 사고

초국적 기업의 신용만 믿고 담보 유지 등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 수천만달러의 손실을 본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공사는 또 임금체불 기업 등에 보증을 제공해 손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3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국무역보험공사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공사는 미국 석유시추회사인 A사가 국내 조선업체와 드릴쉽(심해용 시추선) 3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한 뒤 선박금융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3억4000만달러에 대한 보증을 제공했다.

선박금융은 대출금으로 선박을 인수한 후 용선료(선박 임대료)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로 대출 실행 전 적정 규모의 용선계약 체결, 대출 만기시까지 해당 선박의 소유권·용선료 담보 유지가 리스크 관리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주단은 A사와 선박금융 약정을 맺으면서 선박 3척 각각 ‘2년 이상, 용선료 일 50만달러 이상’의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해야 대출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조건을 부과하고 선박 3척의 소유권과 용선료를 대출만기까지 상호 공동담보로 설정했다.

하지만 드릴쉽 3척 중 한 척의 장기용선계약 체결이 지연되자 A사는 단기용선계약과 장기계약의향서를 제출하며 대출금 1억1000만달러의 인출을 요청했고 공사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구속력 없는 의향서와 A사의 지급보증만을 믿고 이를 승인했다.

또 A사가 드릴쉽 한 척의 대출금 조기상환 조건으로 소유권 공동담보 해제를 요청하자 아직 한 척은 적정한 용선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핵심담보가 확보되지 않았는데도 이를 승인했다.

결국 드릴십 한 척의 장기계약은 불발됐고, A사가 유가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대출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게 됐지만 공사는 담보 해제로 인해 용선수입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A사는 미국 법원에 두 차례 기업회생을 신청, 구조조정을 거쳐 51억달러의 채무감면과 출자전환에 성공하고 2022년부터 경영수지가 흑자전환됐다. 지난 2024년에는 한국석유공사의 포항 영일만 심해 석유 및 가스전 시추사업, 일명 ‘대왕고래프로젝트’에 참여해 58일간 석유시추선을 투입하고 8000만달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사는 적절한 담보 없이 A사의 요청을 승인한 탓에 원리금을 미처 회수하지 못하고 2023년 2400만달러의 손실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제업황 변동 등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실위험을 가중시키는 중요 계약 변경 등을 충분한 검토없이 승인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공사와 함께 A사에 3억4000만달러 선박금융을 대출했다가 35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했다.

감사원은 또 공사가 수출신용보증 제한 사유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증을 제공했다가 보증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적발하고 개선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사는 보증거절 사유인 임금체불 여부를 4대 보험료 완납확인서로만 확인해 최근 5년간 64개 임금체불 기업에 255억원 대출 보증을 제공했는데 이 가운데 15개 기업에서 59억원 상당의 보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증 인수 후 4대 보험료 체납 기업에 대한 보증금액 감액 등 조치를 하지 않아 최근 5년간 4대 보험료 체납 기업 1158곳 중 258개 기업에서 보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사가 유사한 신용보증 업무를 하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기업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1400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한 것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공사는 신보와 기보가 거절한 보증을 인수해 398개 기업에 1349억원을 대위변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신보와 기보에서 보증사고를 낸 기업 14곳에 38억원을 보증해 전액 물어주기도 했다.

신보와 기보는 2003년 감사원의 처분요구에 따라 기업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나 공사는 2020년 타 기관과 신용정보를 공유하라는 국회 요구에도 신보, 기보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신보와 기보의 최근 5년간 수출신용보증 평균 손해율은 각각 65%와 29%에 그쳤으나 공사는 579%에 달했다.

감사원은 신·기보와 기업의 신용정보·보증이력·거절사유·보증사고 발생 정보 등을 적시에 상호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은 공사에 대한 감사 결과 총 14건을 주의·통보하고 직무와 관련해 숙박권을 주고받은 공사와 기획재정부 직원을 징계하도록 했다.

공사 관계자는 “감사원의 지적을 수용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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