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의 ‘감당 가능한 비용’ 문제
2월 8일에 실시될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는 생활물가의 지속적 상승 때문에 ‘감당가능한 비용(Affordability)’ 문제가 하나의 초점이 되고 있다. 각 정당이 서민 생활 지원을 위해 소비세의 폐지 및 완화 조치를 앞다투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소비세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재정 불안, 엔저의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긴 하지만 일본 서민들의 고물가에 대한 불만에 대응하려는 일본 정치권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감당가능한 비용’ 문제는 트럼프 관세의 여파가 겹쳐 생활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미국에서 먼저 주목됐다. 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가 부자 증세와 함께 주거비 안정, 공공서비스 무상화 등 고물가 대책을 내세워서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일본 중의원 선거의 핵심 이슈로 등장한 고물가 문제
일본의 경우 오랫동안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고전해 왔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베노믹스 이후 엔저와 물가 상승 유도 정책을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 추진해 왔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물가고는 정책의 효과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버블 붕괴 이후 저조했던 일본 부동산 가격이 회복 단계를 지나 급상승하며 가계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21평 기준으로 2017년의 5500만엔~6000만엔 수준에서 2025년에는 1억엔을 초과하는 등 67~82%나 급등했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각종 생활물가를 부추겼다.
이와 같이 경제가 성장하고 자산가치가 상승하고 물가가 오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일본정부뿐만 아니라 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성장지향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0% 내지 마이너스 성장과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일본식 장기불황을 추구하는 정부나 국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성장회복 등 경제적 성과의 후유증으로서 ‘감당가능한 비용’ 문제를 방관할 수도 없는 일이며, 일본 정치권도 대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도쿄도의 경우 관민 연계로 ‘아포더블 주택 공급 촉진 펀드’를 창설해 자녀를 둔 가구 등에게 주변 시세보다 약 20% 정도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총 200억엔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신축·중고 아파트와 빈집을 매입해서 약 3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경제성장과 부동산 가격 상승의 결과 ‘감당가능한 비용 문제’가 심화되어 왔던 우리나라도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 신혼희망타운 등 다양한 형태로 저렴한 주거를 공급해 왔는데, 효과는 일정 부분 있었지만 물량 부족·품질 문제 등으로 만족도가 낮은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역세권 청년주택처럼 민간과 협력하는 모델이 늘어나 일본의 아포더블 주택 펀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 사례와 도쿄도의 공급 물량의 한계를 고려하면 도쿄도의 정책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감당가능한 비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을 견제하면서 주택 공급량의 안정적 중장기적 확대 정책이나, 경제성장 임금 및 1인당 소득 확대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이라는 현상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성장의 결과로서 자산가치 상승이 젊은 세대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세 및 재정 운영을 통한 주택 자산 재분배 기능의 강화도 중요하다.
수도권 집중 견제하면서 안정적 중장기적 주택 확대 정책 필요
대도시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 주택을 중심으로 한 사용 개념의 확대가 효과적일 수 있으며, 주택 복지를 통한 생활안전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새로운 건설 기술, 신소재의 개발을 통한 건축 단가 인하에 주력할 필요도 있다. 물론 각종 생필품의 경우도 산업 고도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을 위해 경쟁 촉진, 국가적 이노베이션 체제의 강화가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