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은퇴한 버핏이 본 미래

2026-02-06 13:00:04 게재

워런 버핏은 흔히 코카콜라와 애플을 사랑하는 ‘부드러운 가치 투자자’로 묘사된다. 하지만 그가 구축한 제국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섬뜩할 정도로 정교한 미래 전략이 숨어 있다. 버핏은 전 세계 제조업 강국(독일 일본 미국 한국 이스라엘)의 우량 기업을 인수한 뒤 비상장 자회사로 편입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상장 폐지’가 목적이 아니라 버크셔 특유의 장기적이고 자율적인 경영 방식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버핏 은퇴 이후에도 그의 제국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그가 이 전략을 통해 단순히 회사 주식을 산 것이 아니라 인류가 맞이할 ‘물리적 미래(Physical Future)’의 입구에 거대한 해자를 둘러놓았기 때문이다. 노회한 승부사답게 ‘피지컬 AI’와 ‘로봇 우주 방위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제조 인프라’를 선점했다.

‘피지컬 AI’와 로봇 우주항공 군사 인프라를 선점한 노회한 승부사

세상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열광할 때 버핏은 조용히 그 지능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신체(Physical)’를 선점했다. AI가 뇌라면 그 지능을 바탕으로 실제 정밀 부품을 깎고 조립하는 기계는 AI의 근육이다. 여기서 버핏의 혜안이 빛을 발한다. 버크셔 산하의 비상장 회사 IMC 그룹(소속회사:이스카, 대구텍, 와이지-원, 탕가로이, 잉가솔)은 전 세계 금속 가공 산업의 심장이다. AI가 설계한 초정밀 부품도 결국 IMC의 절삭공구가 있어야만 현실에 존재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대구텍과 와이지-원에 대한 투자는 버핏의 ‘피지컬 AI’ 전략의 핵심 포석 중 하나다.

대구텍(TaeguTec)은 버핏이 두 차례나 직접 방문하며 ‘아시아의 병기’라 칭송한 회사인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초경 절삭공구 생산 시설을 갖췄다. 원료인 텅스텐 가공부터 완제품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룬 대구텍은 전기차와 로봇 부품 가공 수요가 폭증할수록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다. 와이지-원(YG-1)은 엔드밀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IMC를 통해 15.7%의 지분을 투자한 것은 전략적 신의 한수다. 미세한 공정이 필요한 로봇 관절이나 항공기 날개를 깎는 데 필수적인 소모성 공구를 장악함으로써 버핏은 전 세계 제조업이 가동되는 한 멈추지 않는 현금 흐름을 확보했다.

로봇 시대가 도래하면 기계의 작동 빈도는 늘어나고, 금속을 깎는 소모성 공구의 교체 주기는 짧아진다. 버핏은 로봇 기업이 누가 될지 맞추는 도박 대신, 어떤 로봇이 승리하든 반드시 써야 하는 제품과 기술을 공급하는 비즈니스를 선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골든돔’ 계획이나 일론 머스크의 우주 데이터 센터 아이디어 등 뉴 스페이스 시대의 도래는 버핏에게 거대한 수익의 기회다. 그는 완제품 로봇과 우주선 미사일을 만드는 기업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특수 소재’와 ‘핵심 부품’의 독점에 집중했다.

PCC(소속회사: 캐넌 머스캐곤, 와이먼 고든, Pcc Structures)가 보유한 단결정 주조 기술과 초고온 내열 합금 기술은 국가의 전략 자산과 다름없다. 전투기 엔진이나 우주 로켓 추진체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혹한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부품을 독점 공급하는 PCC는 사실상 전 세계 우주 항공 방산 공급망의 ‘갑’이다. 버핏은 이들을 비상장으로 전환하여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 강력한 R&D를 가능케 했고, 이는 정부가 국방 프로젝트에서 버크셔를 배제할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해자다.

현재 버크셔는 약 3200억달러(한화 약 450조원)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버핏은 시장의 거품이 걷히고 ‘피지컬 AI’와 ‘로봇 우주 항공’ 분야의 옥석이 가려지는 순간, PCC 인수와 같은 거대 M&A를 단행하기 위한 ‘실탄’을 장전하고 있는 것이다.

역대급 현금 보유와 차세대 경영진의 ‘기술적 실용주의’

그의 후계자인 그레그 에이벨(Greg Abel)은 버핏보다 훨씬 더 ‘기술적 실용주의’의 철학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에이벨은 버크셔 에너지를 이끌며 신재생 에너지와 그리드 현대화를 경험한 인물이다. 차세대 경영진은 버핏이 구축한 ‘소재와 부품’의 토대 위에, 자율주행 물류와 지능형 제조 솔루션을 결합해 버크셔를 거대한 ‘실물 AI 생태계’로 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은퇴한 버핏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명확하다. 디지털 혁명의 화려한 뒷편에서 묵묵히 쇳가루를 마시며 부품을 깎는 기업들이야말로 진정한 부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제 단순한 투자사를 넘어 인공지능이 근육을 갖추고 우주로 뻗어 나가는 시대의 ‘물리적 파운드리’를 장악하고 있다.

안찬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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