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일 노동시간 502시간의 차이, 생명의 차이

2026-02-06 13:00:05 게재

산재사망률 격차, 독일의 4배 이상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쿠팡에서 과로사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된 사례는 서른 건에 가깝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산업재해 건수도 8643건에 이른다. 반면 독일 아마존에서는 언론 보도로 확인된 과로사 논란 사례가 1건에 그친다. 독일 물류회사 DHL에서는 과로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보고된 바 없다. 동일한 물류·배송 노동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사망이 한쪽에서는 반복적으로 사회적 논란으로 축적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거의 가시화되지 않는 현실은 적잖이 놀랍다.

과로사는 우연이 아니다 … 노동시간과 사망률의 상관관계

과로사 통계는 노동시간과 산업재해 사망률의 비교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연간 실노동시간은 1874시간으로 OECD 평균(1751시간)을 크게 웃돈다. 반면 독일은 약 1342시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에 가깝다. 양국의 격차는 연간 502시간 이상으로 독일 노동자가 1년 4개월에 걸쳐 수행하는 일을 한국 노동자는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노동시간 격차는 산재 사망률에도 반영된다. 한국의 2023년 전체 산업재해 사망률은 노동자 1만명당 약 0.39명으로 OECD 평균(0.24명)의 약 1.6배다. 반면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의 산재 사망률은 노동자 1만명당 0.1명 미만이다. 같은 산업사회, 유사한 기술 수준에도 사망률에서 4배 이상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은 두 나라의 경제 성과가 어떤 조건 위에서 축적돼 왔는지를 되묻게 한다.

노동시간과 사망률의 상관관계는 물류·택배 산업에서 더욱 뚜렷하다. 운전과 하역, 반복적 육체노동, 야간·새벽 근무가 결합된 물류·배송 노동은 대표적인 고위험 노동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2024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물류센터 야간근무자의 일일 노동시간이 9시간을 넘는 사례가 적지 않고, 택배기사는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가 반복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는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를 누적시키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공식적인 국가 간 택배 노동자 사망률 비교 통계는 제한적이지만, 운송·배송 직군에서 사고사뿐 아니라 질병형 사망 비중도 높다는 간접 지표만으로도 과로와 사망의 연관성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독일의 낮은 과로사와 산재 사망률은 노동시간법과 사업장평의회법 등 법제가 과로와 위험을 억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법정 노동시간 규제가 있음에도 연장·휴일·특별연장근로가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물류·배송 산업에서는 노동시간 관리가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독일 아마존 “세계 최고 고용주가 되겠다” … 선의 아닌 제도의 문제

알렉 맥길리스의 ‘아마존 디스토피아’는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입고·분류·피킹·상차·배송의 전체 풀필먼트 시스템이 어떻게 위험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구조화하고 저임금과 높은 부상·이직률을 낳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온 아마존의 유럽 고객 풀필먼트 부문 부사장 스테파노 페레고는 2021년 독일 물류센터 확장 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고용주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같은 기업이 국가에 따라 전혀 다른 언어와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는 기업의 선의가 아니라, 정부가 어떤 노동 기준을 허용하고 강제하느냐에 있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