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덮친 ‘3중 악재’…50% 폭락 7만달러 붕괴
홍콩발 청산이 도화선
엔화 조달비 급등도 한몫
비트코인이 2월 들어 한때 40% 넘게 급락해 5만9930달러까지 밀리며 최근 한 달 사이 최대 폭의 매도세를 겪었다. 2025년 10월 사상 최고치 12만6200달러와 비교하면 낙폭은 50%를 웃돈다. 미국 투자정보 플랫폼 트레이딩뷰는 6일(현지시간) 시장전문가들을 인용해 급락 원인 세 가지를 지목했다.
첫째는 아시아발 레버리지 청산이다. 나스닥 상장사 디파이 디벨롭먼트의 파커 화이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자신의 X를 통해 “홍콩 헤지펀드들이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IBIT’ 콜옵션에 막대한 레버리지를 일으켰다가 청산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저금리 엔화를 빌려 자금을 조달했는데, 비트코인이 추가 상승에 실패하는 사이 엔화 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추가 담보 요구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맞추기 위한 급매도가 비트코인과 다른 위험자산으로 번지며 하락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6일 로이터는 비트코인이 장중 6만달러대까지 밀렸다가 7만달러선을 회복했다고 전하면서도, 옵션시장에서 5만~6만달러 구간 하방 베팅이 늘어나는 등 수급 상황이 극히 불안정하다고 보도했다. 한편 나스닥이 IBIT 옵션 포지션 한도 상향을 제안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이를 심사 중인 점도 투기적 거래를 부추긴 배경으로 꼽힌다.
둘째는 미국 은행권의 구조화상품 헤지 매도 가능성이다. 비트멕스 전 최고경영자 아서 헤이즈는 모건스탠리 등이 비트코인 ETF 성과에 연동된 구조화 노트(파생결합형 채무증권)를 판매한 뒤, 가격이 특정 구간을 급격히 이탈하면 델타 헤지를 위해 기초자산이나 선물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품은 주로 기관투자가나 고액자산가가 거래하며, 원금 보호나 특정 가격 장벽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이 급락해 7만8700달러 같은 핵심 구간을 이탈하면, 딜러는 델타 헤지 차원에서 매도에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하락할수록 매도 헤지 규모가 커지는 ‘네거티브 감마’ 상황이 발생해, 은행이 유동성 공급자에서 강제 매도자로 전환되며 하락을 가속할 수 있다는 논리다.
셋째는 채굴업계의 구조 변화다.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일부 채굴업체가 전력을 AI 쪽으로 돌리거나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성 압박을 받는 채굴자들이 보유 비트코인을 매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격이 채굴 손익분기점에 근접할수록 현금 확보를 위한 매도 압력이 커져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거래업체 바이낸스는 7일 비트코인 생산원가를 7만2700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 가격이 이 선을 얼마나 오래 밑도는지에 따라 채굴업계의 매도 압력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번 급락은 단순한 투자심리 악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엔화 차입 레버리지, ETF 옵션과 구조화채권 헤지 같은 전통 금융 메커니즘, 채굴업계의 현금흐름 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며 하락을 증폭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이터는 은 가격 급락 등 금속시장 변동성 확대로 마진콜과 강제청산이 늘면서, 위험자산 전반의 매도 압력이 비트코인으로도 전이됐다고 전했다.
9일 비트코인 가격은 반등세를 보였지만, 이런 구조적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6만달러 부근을 재차 시험하는 흐름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