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마을을 기록하는 사람들
한달에 두세번쯤 될까. 누리소통망에 새 글이 올라왔다는 알림이 울린다.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받던 오랜 공간이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사라지기 전에 공간지기와 만나 들은 이야기, 전통 있는 지역 행사에 대한 소개 등이 눈에 들어온다. 전국을 아우르는 소식도 아니고 광역지자체는 물론 기초지자체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관심 없는 이라면 그냥 지나칠 법한 동네 이야기들이다. 서울 성북구 문화원에서 올려주는 소식들이다.
한동안 전국 지자체에 유행처럼 번졌던 자료 보관(아카이빙)이 찻잔 속 태풍처럼 사그라든 가운데 성북문화원은 꾸준히 마을을 기록해 오고 있다. 지역 역사문화 자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공유하겠다는 취지로 공공이 생산한 자료뿐 아니라 주민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내용들도 기록한다. 지역과 관련된 각종 기록물을 망라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건 물론 아예 주민들을 ‘기록단’으로 양성한다.
주민기록단은 골목골목을 누비며 다양한 기록물을 남기고 있다. 수료생 101명이 생산한 기록활동 보고서는 387건에 달한다. 평범한 이웃들 생애를 담은 구술생애사는 11권까지 책으로 출판했다.
성북구뿐 아니다. 지금은 부동산으로 ‘마·용·성’으로 묶여 불리는 용산구도 문화원 차원에서 일본군 주둔에 이어 미군기지로 사용되면서 오랜시간 주민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땅에 대한 기록을 엮었다. ‘용산 둔지미 역사를 찾아서’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 ‘용산기지의 역사를 찾아서’ 총 3권이다. 특히 ‘용산의 역사…’는 기원후 97년부터 지난 1953년까지 방대한 기록을 담아 눈길을 끈다.
공동묘지에서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로 자리매김한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소파 방정환 등 근현대를 빛낸 독립운동가와 문화예술인 등 80여명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여기서도 민간 기록자의 역할을 찾아볼 수 있다. 교사 출신 작가이자 망우역사문화공원 자문위원이다. 그가 20년 이상 발로 뛴 덕에 자칫 묻힐 수도 있었던 묘의 주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성동구에서는 주민들이 1919년 3월 현재 뚝섬 지역인 ‘뚝도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만세운동을 했던 흔적을 찾아내 재조명했다.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참여한 주민들 모임 ‘성동역사문화연구회’가 일군 결과물이다. 구와 연구회는 독립유공자 후손을 만나고 관련 자료를 발굴해 ‘뚝섬길 가득 채운 3월 함성 뚝섬 삼일운동’이라는 자료집을 발간했다. 골목이 모여 마을이 되고 동네가 모여 도시가 된다. 골목을 담은 기록물이 쌓여 역사가 된다. 기록하는 사람들 모두가 역사의 한 장을 써 내려가는 향토 사학자다. 더 많은 주민들이 향토 사학자가 되도록 지자체가 적극 나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