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미·유럽서 하루 만에 47조원 조달

2026-02-11 13:00:01 게재

파운드·스위스프랑 회사채 발행 성공

최대 100년물 채권에 주문 10배 몰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미국과 유럽 채권시장에서 하루 만에 320억달러를 조달했다. 원화로는 약 46조8000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회사채 시장에서 보기 드문 속도와 규모다. 알파벳의 신용도와 자금 동원력이 동시에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파벳은 먼저 미국 시장에서 달러화 채권을 발행해 200억달러를 확보했다. 이어 유럽으로 무대를 옮겨 영국 파운드화와 스위스프랑화 채권을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110억~12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전체 발행은 2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번 발행 소식은 블룸버그 통신과 미 경제방송 CN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과 스위스에서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단일 기업 기준 사상 최대다. 영국에서는 55억파운드 규모의 파운드화 채권을 찍었다. 이는 2016년 내셔널그리드가 기록한 30억파운드를 크게 뛰어넘는다. 스위스프랑화 채권도 기존 최대치였던 로슈홀딩스의 30억스위스프랑을 근소하게 상회했다. 유럽 투자자들의 수요가 알파벳에 집중됐다는 의미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영국에서 발행된 100년 만기 초장기채에 쏠렸다. 발행 규모는 10억파운드였는데 주문은 발행액의 약 10배에 달했다. 금리는 영국 10년물 국채 대비 1.2%p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기술기업이 100년물 채권을 발행한 사례는 흔치 않다. 1996년 IBM, 1997년 모토로라 이후 약 30년 만이다. 그만큼 장기적인 현금 창출력에 대한 신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만기가 가장 짧은 3년물 채권의 조건도 눈에 띈다. 영국 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45bp, 즉 0.45%p에 불과했다. 달러화 장기채의 국채 대비 가산금리 역시 0.95%p 수준에 그쳤다. 이는 2.25%p를 기록한 오라클보다 크게 낮고, 1%p대인 메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알파벳을 사실상 준국채급 차입자로 평가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대규모 조달은 인공지능(AI) 경쟁과 직결된다. 알파벳은 올해 최대 1850억달러의 자본 지출을 예고했다. 주요 용도는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은 약 1300억달러였다. 여기에 이번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320억달러를 더하면 계획한 투자 재원의 상당 부분을 이미 손에 쥔 셈이다.

낮은 금리로 초장기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금리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장기간 고정 금리 자금을 선제적으로 마련했다. 이는 향후 수익성 방어에 도움이 된다. 동시에 AI 인프라 경쟁에서 자금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경쟁사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초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에서 재정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적절한 투자와 함께 매우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채권 발행은 이를 수치로 증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흥행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량 회사채 선호를 다시 보여준 사례로 꼽는다. 동시에 빅테크 기업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초장기물까지 소화한 유럽 채권시장의 흡수력도 확인됐다. 향후 다른 기술기업들의 장기채 발행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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