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운전능력, VR로 진단

2026-02-11 13:00:17 게재

75세 이상 대상 시범운영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실제 운전 능력을 가상현실(VR)과 실주행으로 진단하는 ‘운전능력진단시스템’이 시범 운영된다. 기존 2시간짜리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대체해 보다 객관적인 평가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11일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은 이날부터 기존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 대상자 가운데 희망자를 모집해 교육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참여를 유도한다. 이번 시범운영은 실질적인 운전 능력을 평가해 고위험 운전자를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운전능력진단시스템은 치매 환자 등 고위험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개발됐다. 단순 이론 교육이 아니라 실제 도로 상황을 가상 환경과 실주행으로 구현해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 운전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운전면허시험장에 설치된 VR 시스템은 교차로 비보호 좌회전, 어린이 보호구역, 공사 구간 등 사고 위험이 큰 상황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인지 반응, 차로 유지 능력, 교통법규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하고 반응 시간 등을 수치화한 진단 결과를 제공한다.

김희중 한국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경찰청과의 협업을 통해 시범운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현장 적합성과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며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가 교통안전 확보와 고령운전자의 이동권 보호를 함께 달성하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VR 기반 진단 시스템은 전국 19개 운전면허시험장에 설치돼 있다. 시범운영 기간 동안 진단 결과가 면허 취소나 정지 등 행정 처분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결과를 바탕으로 운전 시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필요할 경우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권유하는 데 활용된다.

시범운영은 11일 서울 강서운전면허시험장을 시작으로 서울 서부·도봉 시험장에서 먼저 진행한다. 이후 전국으로 순차 확대될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대상자는 도로교통공단 누리집 ‘안전운전 통합민원’을 통해 교육장과 일정을 선택해 사전 예약해야 한다.

경찰청은 시범운영 결과를 분석해 고위험 운전자에 대한 적성검사 강화와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조건부 운전면허는 특정 시간대나 구간, 운전 조건을 제한해 운전 가능 범위를 설정하는 제도다.

김호승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시범운영을 통해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향후 조건부 운전면허 등 교통안전 정책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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